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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박미옥
박미옥 지음 / 이야기장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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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이기 전, 한 사람으로서의 이야기


『형사 박미옥』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마음 끓는 이야기"이다.

때론 정의감으로, 때론 분노로, 때론 슬픔으로.

그렇게 이 책은 독자에게 다양한 벅차오름을 가져다준다.


그의 이야기는 형사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을 깨주었다.

형사는 으레 강인하고, 감정 없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직업의 고정관념 이전에 한 명의 사람이 있다는 걸

그는 그가 지나온 세월들로, 그 속의 이야기들로 증명한다.


형사 박미옥은 형사로서의 그도 솔직하게 보여주지만,

형사도 한 명의 사람이란 사실을,

형사라는 직업에 가려졌던 그 자신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 모습들은 진실되어 읽는 이의 마음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다.


우리는 책을 읽으며 그의 삶을 이해하고,

그로서 세상을 바라보기도 할 것이며,

"꿈이 일이 된 시간을 원 없이 살아(298쪽)"본,

형사라는 직업이 "그토록 좋아한 직업(298쪽)"이었던

한 명의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인류애를 잃을 사건들에 수없이 노출되면서도

"형사 박미옥의 철학은 사람에 대한 애정(299쪽)"이라고 말하는

"사랑하고 노력하고 버티고 생각하는" 한 사람을.


꿈이 일이 되었던 사람,

그 일을 원 없이 해온 사람,

이제는 삶이 놀이가 되는 시간을 살아보고 싶은 사람.

현장이 되기 전 사람들을 만나서 더 잘살아보고 싶다는 사람.


그가 그려갈 앞으로의 삶이 궁금해진다.

그리고 온 마음 다해 응원하고 싶다.

사람 박미옥을, 형사 박미옥을.



형사 박미옥의 철학은 사람에 대한 애정이다.
...

사랑하고 노력하고 버티고 생각하는 한
나는 이번 생에서 늘 ‘형사 박미옥‘일 것이다.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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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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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은’이란 세계
;무더웠던 여름밤을 닮은 소설집


『칵테일, 러브, 좀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조예은의 신작이 한겨레출판에서 출간됐다. 총 8편의 단편들이 실린 『Tropical night』이다. ‘여름’이라는 이유만으로 황홀한 여름밤처럼, 단편들이 모여 그리는 밤은 무덥고 때론 스산하며 반짝인다. 그는 사람을 먹는 괴생명체가 나오는 이야기부터 시기, 질투라는 인간 본연의 깊은 감정까지 담아낸다. 작품이 가진 온도 차이는 조예은만의 작품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조예은은 이번 소설집을 통해 그만의 작품 세계를 더욱 확고히 하였다. 무더웠던 2022년 8월, 이곳에 ‘조예은’이란 세계가 펼쳐져 있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때로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괴생명체를 이유 모를 이끌림으로 품어 안는 「고기와 석류」 속의 옥주처럼 말이다. 한편 「새해엔 쿠스쿠스」 속 유리와 언니처럼 복수심, 질투, 우울을 나타내며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경험하지 않아도 알 것같이 만드는 것이 소설가의 능력 아닐까. 그런 면에서 조예은은 꽤 능력 있는 작가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완전히 다른 타인이기에 서로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 소설 속 인물들 또한 마찬가지다. 그들은 각각의 개성을 가진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지는데, 그런 인물들이 이루는 세계는 열대야의 밤처럼 통통 튀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 점이 조예은의 세계를 이루는 핵심 요소가 아닐까 싶다. 그가 그리는 세계는 어두운 감정을 다루더라도 기본적으로 산뜻하거나 쾌활한 매력이 있다.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 대신 발랄함으로 무장한 조예은의 세계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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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 시대의 강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고민들
정지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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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인이자 사회인으로서의

진솔한 이야기

 

정지우는 청춘인문학,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등 인문학, 사회에 관한 책을 써왔다. 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 너는 나의 시절이다에서는 인간과 삶에 대한 성찰을 풀어내기도 한 그는 이번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에서 생활인과 사회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책 전반에는 진솔한 개인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생활에 대한, 사회를 향한 개인의 생각이 잘 정리된 문장들로 담겨 있다. 그의 고민들은 나에게서 사회로 나아간다. 변호사가 된 이유, 바닷가 소녀였던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다가도 노키즈존 같은 사회 문제로 나아갈 수 있는 고민의 스펙트럼은 넓고 그 속의 사유는 깊다. 한 개인의 시각으로 보는 세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문장의 부족함이 보인다는 점이다. 개인의 자유로운 사유이니 화려한 수식이나 문학적 표현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깔끔하고 정돈된 글이긴 하나 문학작품을 주로 읽는 내게는 아쉽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흥미 있는 책임은 확실하다. 저자가 사회 전반에 관심도가 높으며 고민의 깊이가 깊으므로 읽으며 함께 고민할 수 있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 개인의 진솔한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온 세상이 너를 비난할지라도

 

우리 시대의 특성 하나를 꼽자면 온 세상으로부터 너는 잘못 살고 있어라는 이야기가 쏟아진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5p”

 

우리는 어디서든 연결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온라인, 오프라인 모두 타인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살고 있는 현시대다. 그런 만큼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휘둘리기 쉽다. 나만의 방식대로 살고 싶지만 그게 참 쉽지 않다. 사람들은 서로 평가하기 바쁘고 부정적인 평가가 내 안에 하나둘 쌓이기 시작하면 나조차도 내가 못나 보이곤 한다.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앞에서 우리는 쉽게 초라해진다.

그러나 전혀 기죽을 필요가 없다. 나는 거대한 세상 속 일원이며 자유로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할 권리가 있다. 나답게 사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며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물론 사회적으로 합의된 법과 윤리는 지키면서 말이다.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물러서지 말고 반격을 날리자. 나의 주관대로 살며 나 자신에 확신을 가지자. 온 세상이 나를 비난할지라도 나만은 나의 편이 되어주자. 세상의 비난 앞에서 의기소침해져 있는 사람에게 손을 건네고 싶다. 그렇게 손을 맞잡고 힘차게 나아가자고 말하고 싶다. 함께여서 든든한 사회를 향해,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걸어가 보자.

우리 시대의 특성 하나를 꼽자면 온 세상으로부터 ‘너는 잘못 살고 있어’라는 이야기가 쏟아진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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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의 투쟁 - 시와 사랑에 대한 탐구
정한아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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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의 투쟁2006현대시로 등단한 시인 정한아의 시와 사랑에 대한 탐구를 담은 시산문집이다.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것은, 진지하게 읽는다는 것은, 책이든 사람이든 무서운 일인가 보다. (작가의 말)”라는 그는 좋은 시란 무엇인지와 아름다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구한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한 꼭지의 제목이 양쪽 페이지 모두에 찍혀 있는 모습이 마치 오른손과 왼손의 투쟁을 연상시킨다. 책의 내지는 독특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줄간격은 넓지 않지만 페이지에 여백을 많이 둠으로써 다소 어려운 내용에 대한 부담감을 완화시킨다. 2부에 나오는 김춘수와 업보 경찰 행정관 나사루의 대화는 인물마다 폰트를 달리 하고 배치도 구분되게 하여 가독성을 높인다. 시에 대한 치열한 투쟁을 담은 책인 만큼, 평범하지 않은 책 디자인은 읽는 이에게 특별한 인상을 준다.

 

좋은 시란 무엇인가

 

좋은 시에 대해서 고민해본다. 좋은 시란 무엇일까. 애초에 좋은시를 구분하는 것의 의미가 있을까? 시는 자유로운 장르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유연한 장르다. 개인의 내면을 여실히 드러내는 장르이기에 솔직하다. 시에는 한 개인이 담겨 있는데, 좋은 시를 구분하는 것은 한 개인이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것과 같게 느껴진다. 우리는 그것을 옳게 판단할 수 있는가? 사람은 입체적이라 한 면만을 보고 판단할 수 없는데, 좋은 사람인지 어떻게 알아차릴 것인가. “나에게 좋은 사람이 타인에게는 아닐 수 있다고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처럼 나에게 좋은 사람이 타인에게는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늘 상기해야 한다.

이렇게 이어오니 시는 사람과 밀접하게 맞닿은 장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이 삶과 세상을 다룬다면, 시는 개인과 내면을 다룬다. 좋은 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내 마음을 움직이는 시만이 존재할 뿐이다.

 

[책 속에서]

당신은 사랑을 믿습니까? 당신은 정말로 사랑을 해본 적이 있습니까? -5p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것은, 진지하게 읽는다는 것은, 책이든 사람이든 무서운 일인가 보다. -7p

 

상업주의가 불러온 자본주의 소비 대중 독재의 시대에 그 와인 감별사가 주류 회사의 로비를 받지 않았다고 당신은 어떻게 확신합니까?” -15p

 

당신이 시를 사랑할 때, 당신이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 -142p

당신이 시를 사랑할 때, 당신이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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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 - 우리가 시를 읽으며 나누는 마흔아홉 번의 대화
황인찬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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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의 시를 좋아한다. 그의 시가 가지고 있는 감정과 그만의 표현을 좋아한다. 그런 그가 산문집을 냈다기에 냉큼 서평단에 신청하였고, 천천히 읽었다. 읽는 순간동안 내 마음속 무언가가 치유받는 기분이었다. 읽고 난 후는 항상 상쾌했다. 아껴 읽느라 오랫동안 끼고 살았다.


사랑과 슬픔. 이 두 가지가 결국 문학이 작동하는 방식이자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 사랑은 아름답고 아름다움엔 얼마간의 슬픔이 따른다. 우리의 삶은 아름답고 때론 슬프다. 삶을 그려내는 것이 문학이라 하던가. 그의 시선을 따라 가다 보면 우리는 슬픔을 읽고 사랑을 말할 수 있게 된다.


시인 특유의 섬세한 감각으로 감정과 삶을 포착하는 그는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아름다운 표현으로 풀어낸다. 읽는 내내 밑줄 긋기 바빴던 기억이 난다. 아름다운 표현, 마음에 남아 오랫동안 자국이 남을 것 같은 문장을 찾는 사람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책 속에서]


내 삶에서 내가 제대로 이룬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고, 아름답고 좋았던 시절은 모두 과거에 있으며 또 그 과거의 흔적은 이제 찾아볼 수도 없어서, 살아 있는 이 순간순간이 모두 무겁고 버겁게만 느껴지는 것, 내가 한없이 보잘것 없고 왜소하게만 느껴지는 그 마음, 저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20p


누군가를 보거나 만나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걸 받아들이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아픔이 필요할까요. 얼마나 많이 혼자 그리워하고 혼자 생각에 빠졌다가 혼자 낙담하는 시간이 필요했을까요. 그게 무슨 마음이고, 어떤 시간인지 너무나 잘 알아서, 그 시간이 떠올라 마음이 아픈 시입니다. -57p


사람이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생물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거나 미워하며 살아가는 것이겠죠. -130p


무엇인가를 깊게 사랑하는 마음이 결국 우리를 슬픈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거예요. -154p


문학은 결국 이미 지난 일이야, 다 잊어버려, 그렇게 말하는 대신, 잊지 말자고, 혹은 잊지 않겠다고 말하는 일이거든요. 나의 슬픔도 타인의 슬픔도 모두 잘 기억하기 위한 수단이 바로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학을 하는 사람이란 어쩌면 잘 잊지 않는 사람인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드네요. -28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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