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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길었던 하루
임지영 지음 / 형설라이프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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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재현이가 잘때 너무 조용해서 새근새근 자는 소리까지 들리지 않을때가있다 .그러면 가만히 재현 코에 손가락을 대본다. 휴, 숨을 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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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따듯한 자식의 몸을 안으며 숨소리를 느끼지 못한 저자의 그 비통함에 나는 침이 넘어가지 않는 타는듯한 꽉 막힘과 머리의 압력으로 창문을 열어야만 했다.
둘러보면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이 꽤 많다. 세월호 사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여러 악한 병들로 자식들을 먼저 보낸 어머니들이 무수히 많을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가슴이 썩을거같지만 아들을 자살로 잃은 어머니는 세상 어떤 것으로도 감히 그 괴로움을 비교할 수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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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엔 이야기가 너무 기막혀서 몰입하여 읽어버렸는데 반이 넘어갈수록 아주 조금은 의문이 생겼다. 어쩌면 나는 저자를 비난하려는 오만함일까.
평소에 아들이 엄마와의 사이가 나쁜것도 아닌데 그렇게 애교를 떨던 엄마에게 힘들다고 도와달라고 과연 소리치지 못했을까. 아이의 기질상 성격때문에 그랬던 것일까. 그러나 깊이 읽어가며 나만의 아집을 깰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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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분명히 가르쳐 주지 않으면 모른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 생명의 존중과 보이지 않는 진정한 가치를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이 알려줘야 한다.
그 누구도 그런 교육을 받지 않으면 폭력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일으킬지 알수 없을 것이다.
물론 십대인 민이는 이런 저런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엔 뇌발달이 진행중 이었기에, 그저 삶과의 이별로 괴로움을 끝내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평소에 어떤 가치관으로 인생을 바라보고 무엇이 중요하고 사건이 일어나면 어른들에게 어떤 도움을 요청해야하는지 충분한 사전 교육이 있었다면 그는 극단적인 선택이 자신의 최선이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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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은 자신의 의지를 잃게되고 자존심을 상한다. 일단 이런 상태가 되면 피해자들은 거기에서 헤어나려고 해도 협박과 폭력에 길들여졌기 때문에 방법을 찾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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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와 피해자의 다른 입장을 생각해본다. 가해자의 부모도 어떤 이유로든 자식을 지켜야할 것이긴 하였을것이다. 형량을 줄이기 위하여 그들의 노력은 어쩌면 그런 자식을 가진 부모의 죄값을 덜 려는 것으로 표현될 것인가 . 그러나 진정 가해자의 부모들과 자식들은 폭력 사건으로 반성을 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살 것인가가 의문이다. 우리 모두는 태생적으로 내 자식을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 밗에 없다. 사회는 어떻게 그들을 교화하고 새 삶을 살게 도울수 있을까. 뼈속부터 악한 사람들 이라면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들은 남아있는 가해자들의 새로운 삶을 어떻게 인정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비교책인 "나는 가해자의 어머니입니다." 도 늦기 전에 기회가 된다면 보고권하고 싶다.)
가해자들은 정서적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남을 가해하는 행위로 자신들의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만족시키려 했을 것이다. 그들은 정말로 민이의 고통을 보며 그들의 마음의 공허감이 만족감으로 충만해졌을까. 결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녀들의 마음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 것인가. 인생은 모든것에 만족함, 풍요로움으로만 살 수 없기에 반드시 부모가 고민하고 같이 이야기 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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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이 군에게 가해를 한 학생의 소원이 일진이 되는 것이라던 기사를 읽고 나는 울었다. 특히나 그 아이가 고물상을 하는 아버지와 사는 결손가정 출신이었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피해를 주는 아이들이나 피해를 받는 아이들이나 일차적으로는 어른들이 만든 세상의 잘못된 구조에 치어 다치고 병들어 있는 것이다.(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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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에 도달하면서 나는 저자를 가슴으로 존경하게 되었다. 자기의 슬픔에만 빠져있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몸소 이해하고 그들의 삶 뿐 아니라 아니 이사회와 국가를 진정으로 위하는 선구자의 삶을 살기로 결단하였기 때문이다. 비극을 당했다고 모든 부모가 할 수 있는 결정은 아니라 생각한다.
민이 사건을 계기로 그녀가 무너지지 않고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려고 노력하는 행동들이 민이의 고귀한 희생이 아니었다면 결코 세상에 고할 수 없었던 목소리 였을 것이다. 언제나 한알의 밀알이 썩어져야만 우리는 열매를 볼수 있을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이나라 어른들의 부족함에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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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코를 무지 골며 자는 아이의 모습을 본다. 우습기도 하지만 아이 나름 고단한 하루였나보다 측은하기도 한다.
우리들 모두는 각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려고 참 많이도 애쓴다. 이런 모양이든 저런 모양이든 다들 참 귀한 인생들이다. 감히 누가 누구를 판단하며 그 인생의 가치를 매길 수 있을까.
학교 폭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 사건이 일어나든
그 내면의 보이지 않는 무엇이 사건을 일으켰는지 근본적인 뿌리를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결코 좌 우로 치우치지 않는 태도를 취하며 사건을 다각도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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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보이는 것으로만 이루어지지 않고 사실 보이지 않는 가치가 이 세상을 이끈다. 어른들은 학생들에게 아이들에게 인생에서 그 보이지 않는 것이 어떤 것으로도 값을 매길 수 없는 감히 바꿀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삶으로써 보여줘야 할 것이다.
지금 교사들은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부모들은 가정에서 무엇이 최고라고 말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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