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두 소설Q
이주혜 지음 / 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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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그레이' 같은 <착각했던> 홀시아버지를 만난 주인공의 이야기에 처음엔 빠르고 흥미롭게 읽으며 약간은 그녀의 결혼을 부러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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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부의 담도암으로 병원에서 그를 간병하면서 깊이 뭍혀있던 결혼제도, 출산, 가부장제, 아들선호사상, 시부모부양, 그리고 성차별 등을 의미하는 말과 언행들이 사건들로 터지면서 시부의 죽음이후 결혼은 결국 파경에 이르고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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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의 섬망 현상으로 폭언을 시작한 그는 며느리인 그녀에게 그의 하나뿐인 아들, 태양을 훔쳐간 도둑년, 간병인인 영옥씨도 도둑년으로 부르며 소란을 일으키고 영옥씨는 결국 병원을 떠나게 된다. 오히려 시아버지는 새로온 불성실한 젊은 '남자' 간병인에게는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오래전 기순네 어미가 걸레 빤 물을 내게 바가지째로 뒤집어씌웠듯이. 자두 도둑아, 썩 꺼져라! 이제 알겠다. 우리 세진이가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생겼다고 수줍게 고백했었지.그애다. 그애.•••반짝이는 내 태양을 가론챈 아이. 내게서 세진이를 빼앗아간 아이. 저 도둑년. (p.84)

그럼 나는?죄도 없이 맨날 용서받는 내 심정은 누가 이해해주니?나는 너랑 아버지를 저울질하지 않아.•••너는 언제나 뒤로 밀리는.내 마음을 절대로 이해 못해.(p.92)

"저 애가 우리 집에 시집와서 지금껏 뭐 한일이 있나?박사님과 결혼하면서 열쇠 세개를 해왔나?애를 낳았나?저 애 때문에 우리 집 귀한 손이 끊겼다." 시아버지는 제가 누군지 정확히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시간도 정확히 현재에 머룰러 있었습니다.•••다급하게 세진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눈을 질끈 감고 있었습니다. •••비겁한 자식. •••침묵을 깬 사람은 의외로 영옥씨였습니다. (p100-101)

"이 도둑년!" •••시아버지는 한사코 영옥씨의 머리채를 움켜주고 놓아주지 않았습니다.•••세진은 시아버지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시아버지의 가슴팍을 확 밀쳤습니다.•••그들은 갔고 저 혼자 남겨졌습니다. 처음부터 그들은 한통속이었습니다.•••시아버지의 수액 줄은 자두처럼 검붉었습니다.•••그때 제 어깨 위로 손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영옥씨였습니다.저들은 영옥씨도 남겨두고 갔습니다.•••저는 울면서 영옥씨의 손에 이끌려 갔습니다.•••절대로 웃고싶지 않은 기분이었지만 그렇게 웃고나니 조금 힘이 나는 것도 같았습니다. •••어떤 말도 나누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말해버린 기분이었습니다.(p.10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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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뿌리깊은 권위적 가부장적인 사회와 결혼제도는 여성이 여성이 여전히 사회적 약자로
죄도 짓지 않았는데 용서를 받는 더러운 기분 을 느끼게 한다. 이런 결혼제도 안에서 여성은 영원한 타자로 남아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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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또한 결혼 제도와 관습들로 인해 여러 언행들과 그 눈빛들로 인해 부당함과 억울함을 느껴도 주먹 불끈쥐고 입술을 질끈하며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사건들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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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억울하다
불공평하다
무시 당하는것같다
때려치고싶다
그만두고싶다
그러나 버텨낸다.
우리 각자가 지켜야 할 가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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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토론할 거리가 많은 이 소설을 독서모임친구들이 만나게 되면 꼭 함께 토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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