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지방화하기 - 포스트식민 사상과 역사적 차이 프리즘 총서 15
디페시 차크라바르티 지음, 김택현.안준범 옮김 / 그린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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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 속의 우려와 부정적 테제로만 가득찬 과대평가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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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임신중지 이야기 진실의 그래픽 3
오드 메르미오 지음, 이민경 옮김 / 롤러코스터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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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제에 대해 말하기 이전에 봐야할 리얼한 현실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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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령사 오백나한의 미소 앞에서 - 김치호 한국미술 에세이
김치호 지음 / 한길아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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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치호의 본업은 경제학자이다. 은퇴 후 그의 인생 2막은 미술 평론이 되었다. <창령사 오백나한의 미소 앞에서>는 그 세 번째 평론집이다.

<창령사 오백나한의 미소 앞에서>에서 가장 눈에 띠는 점은, '상품'으로서 미술품의 성격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보통 우리는 미술품은 상품이 될 수 없지, 신성시하면서 미술품을 '상품'으로 보는 것이 치를 떨기도 한다. 김치호는 미술품을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보는 관점과, 미술품을 신성한 토템처럼 여기는 관점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상품으로서의 미술품'에 접근한다. 바로 '컬렉션'의 일부로서 수집되는 미술품 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미술품은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크지 않다. 정보 비대칭성과 낮은 자산 유동성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떤 이들은 굉장한 돈을 들여 미술품을 모은다. 예술작품이 지닌 아름다움과 가치에 반한 수집가는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미술품을 사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꼴랑 저런 작품이 저렇게 비싸게 팔린다니, 라는 시각보다는, 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저 돈을 주고라고 사려는 것일까? 하는 호기심이 더 적당할 것이다.

김치호의 마음 속 컬렉션에 들어온 미술작품 중 가장 하이라이트는 역시 책 제목에도 등장한 '창령사 오백나한'이다. 오백나한은 김치호가 말하듯이 아라한(arhat)을 말한다. 김치호는 32상이라는 위엄있고 엄격한 부처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과 달리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한 나한상의 묘미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을 질박한 세속의 기원과 바람이 담긴 고려미의 꽃이라고 표현한다.

한국의 불교는 정말 '대승불교'였던 것이다. 아라한들은 대승경전에서 '증상만(자만스러운 자들)'이라고 비판된다. 자기에만 관심이 있고, 실제로 구원을 얻지도 못했으면서 몇 가지의 명상 수행에서 이룬 성취를 지나치게 과장하여 자만심에 차있다는 것이다. 그런 아라한들이 이렇게 친근한 미소를 띠고 대중의 기도와 함께 했다니.. 김치호의 말대로 고려 민중 속에 불교는 마음의 빈 공간을 파들며 녹아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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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거짓된 삶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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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조반나의 완전한 유년기 세계가 무너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집을 떠나기 2년 전,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내가 매우 못생겼다고 했다. 신혼 시절 장만한 리오네 알토 구역 산 지아코모 데이 카프리가 꼭대기에 있는 집에서 아버지는 속삭이듯 그렇게 말했다. / 그 순간 모든 것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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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 조반나는 모든 매혹될 만한 (한 것으로 보였던) 것들은 진저리날 만한 이유를 갖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고상한 아버지의 비밀스런 불륜 사실을 알게 되고, 아버지와 달리 순간순간의 정념에 솔직한 고모의 삶이 완벽한 대안이 될 수도 혹은 새로운 정신적 "아버지"가 되어줄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뜨거운 사랑의 도구로만 환상했던 음경에서는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순결함에 반하여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또한 섹스를 하며 그것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 섹스를 하기 마련임을 알게 된다.

이 소설이 성장소설로 읽힌다는 데,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성장이라는 것은 의미의 완결이고 안심(安心)이라고 생각한다. 조반나는 어떤 완결된 의미도, 안심도 얻지 못했다. 그저 낭만이 섞이지 않은 그다지 흥분되지 않는 섹스도 할 만한 것일지 모른다는 관념을 일으키게 되었을 뿐이다. 그것은 운동하는 입자가 자유비행하면서 충도ㅗㄹ한 . 입자는 떠오르는 사실들에 대해서 인지하면서, 견디거나 괴로워하고..

나는 여전히 문장과 문장 사이에 빠져 헤매고 있다. 내게 완성된 이야기를 만들어주려는 문장들 사이에. 실은 무의미한 문장들일 뿐인데, 진정 나의 것은 아무것도 담지 못했는데.

나는 이야기를 제대로 시작하지도 완결 짓지도 못했다. 내 글은 혼란일 뿐, 이야기가 제대로 전개되고 있는지, 그저 구원 없이 일그러진 고통의 나열일 뿐인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지금 글을 써 내려가고 있는 이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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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나는 이러한 고통을 '고유한 나의 발견'이라는 맥락에서 긍정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오히려 그 점이 재미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러한 고통을 겪는 삶을 '평화를 찾는 과정'이라든지 '사랑을 얻는 과정'이라든지 '지식의 대가가 되는 과정'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긍정한다. 솔직히 나는 '고유한 나의 발견'에는 특별한 관심이 없어서 이 소설이 별로 재미있지 않았다. 특히 '고유한 나'를 발견하려는 사람들이 지닌 특징 - 다른 사람에 대해 별 논변 없이 '진부하다'는 가치평가적 언어를 구사하기를 나는 매우 어색하게 느꼈다. 그렇지만 조반나와 닮은 이들이라면 꽤 임파워먼트를 느낄지도 모르겠다. 닮은 사람이 닮은 실패를 하면서도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에게 힘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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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
최정동 지음 / 한길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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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비평이 그렇지만, 특히 음악비평은 호소력이 있으려면 정말 많은 내공이 필요한 분야가 아닌가 한다. 음악은 누구나 들을 수 있는 것이고, 누구나 자기만의 취향을 갖기 때문이다. 가사가 없는 음악을 비평하기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선율의 흐름에 듣는 사람 각각이 자기만의 상상을 실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정동의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는 그런 점에서 '내공있는' 책 같다. 우선 흥미로운 정보들이 많다. 독자가 음악사의 어떤 이야기를 들으면 흥미를 느낄지 고민한 사람 같다. 음악사에 대한 예리한 호기심은 재밌는 상상으로도 연결된다. 이러한 정보가 유려한 필치로 쓰인 감상들과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도 좋다. 담담한 자기경험과 호소력높은 문체는, 감상들의 설득력을 높인다.

글렌 굴드가 '딱맞는' 피아노를 찾아헤메다 CD318을 만나고 나서 포텐셜을 터뜨렸다는 이야기, 카르미나 부라나가 민중의 삶을 노래한 중세 음유시가들을 모은 것이라는 이야기가 새롭다. 이야기가 더해져, 그 음악을 달리 듣게 된다.

야하기도 야했을 <정읍사> 가락이 장중한 <수제천>이 되었다는 데에서, 최정동은 "정읍의 그 아낙이 뒷동산에 올라 달을 보며 부른 노래가 오늘날 연주되는 수제천과 얼마나 닮았을까? 남편을 의심하며 번민에 휩싸여 부른 노래가 이토록 장중하고 우아했을까?"라고 되묻는다. 예리한 상상력이다.

중앙선데이 기자인 최정동이 윤정희와 백건우를 회사 앞 순대국밥집에서 본 것으로 시작되는 '윤정희와 백건우의 사랑이야기'는 마음을 건드리는 바가 있다. 쇼팽의 음악을 두 부부가 나누었을 모습을 생각하면 흐뭇해진다.

이 책에는 형식적으로 참 독특한 장점이 있는데, 매 꼭지마다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유튜브 영상으로 연결되는 QR코드를 달아두었다는 점이다. 음악비평을 책으로 접할 때 생기기 쉬운 한계를 막기 위함이었으리라.

QR코드를 찍어 처음 듣게 된 'ELLA & LOUIS'의 재즈가 새롭다. 새로운 음악을 듣고 싶을 때, 책의 아무 곳이나 펼쳐 최정동의 글과 함께 음악을 감상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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