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
최정동 지음 / 한길사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비평이 그렇지만, 특히 음악비평은 호소력이 있으려면 정말 많은 내공이 필요한 분야가 아닌가 한다. 음악은 누구나 들을 수 있는 것이고, 누구나 자기만의 취향을 갖기 때문이다. 가사가 없는 음악을 비평하기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선율의 흐름에 듣는 사람 각각이 자기만의 상상을 실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정동의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는 그런 점에서 '내공있는' 책 같다. 우선 흥미로운 정보들이 많다. 독자가 음악사의 어떤 이야기를 들으면 흥미를 느낄지 고민한 사람 같다. 음악사에 대한 예리한 호기심은 재밌는 상상으로도 연결된다. 이러한 정보가 유려한 필치로 쓰인 감상들과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도 좋다. 담담한 자기경험과 호소력높은 문체는, 감상들의 설득력을 높인다.

글렌 굴드가 '딱맞는' 피아노를 찾아헤메다 CD318을 만나고 나서 포텐셜을 터뜨렸다는 이야기, 카르미나 부라나가 민중의 삶을 노래한 중세 음유시가들을 모은 것이라는 이야기가 새롭다. 이야기가 더해져, 그 음악을 달리 듣게 된다.

야하기도 야했을 <정읍사> 가락이 장중한 <수제천>이 되었다는 데에서, 최정동은 "정읍의 그 아낙이 뒷동산에 올라 달을 보며 부른 노래가 오늘날 연주되는 수제천과 얼마나 닮았을까? 남편을 의심하며 번민에 휩싸여 부른 노래가 이토록 장중하고 우아했을까?"라고 되묻는다. 예리한 상상력이다.

중앙선데이 기자인 최정동이 윤정희와 백건우를 회사 앞 순대국밥집에서 본 것으로 시작되는 '윤정희와 백건우의 사랑이야기'는 마음을 건드리는 바가 있다. 쇼팽의 음악을 두 부부가 나누었을 모습을 생각하면 흐뭇해진다.

이 책에는 형식적으로 참 독특한 장점이 있는데, 매 꼭지마다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유튜브 영상으로 연결되는 QR코드를 달아두었다는 점이다. 음악비평을 책으로 접할 때 생기기 쉬운 한계를 막기 위함이었으리라.

QR코드를 찍어 처음 듣게 된 'ELLA & LOUIS'의 재즈가 새롭다. 새로운 음악을 듣고 싶을 때, 책의 아무 곳이나 펼쳐 최정동의 글과 함께 음악을 감상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