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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무가 자란다 ㅣ 튼튼한 나무 35
김흥식 지음, 고정순 그림 / 씨드북(주) / 2019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정폭력은 대물림될까요?
가정폭력은 치료되지 않을까요?"

매일 밤, 아빠는 나에게 나무를 심습니다.
나무는 그 다음 날이면 빨갛게 파랗게 열매를 피웁니다.

아빠는 나에게 열매를 잘 숨기라고합니다.
열매를 들키면 더는 아빠랑 함께 살 수없거든요.
그리고 아빠는 다른 친구들도 모두 열매를 갖고 있다고 했어요. 나만 그런게 아니래요.

한 번은 그냥 아빠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티비에 나오는 부모없는 아이들보단 내가 낫잖아요?
그래서 생각을 고쳐먹었어요.

나에게 심긴 나무가 너무 많아서
나는 개랑 다른 사람들에게 나무를 옮겨심기로 했어요.
하지만 그 아이들에게는 열매만 맺히고 나무가 자라지 않았어요.

나는 키가 자라고 힘도 세졌어요. 더이상 아빠는 나에게 나무를 심지 못해요.
결혼하고 아이가 생겼어요.
내 아이에게도 나무를 심었어요.
아이에게는 나무가 자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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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수많은 아동학대가 벌어지고 있어요.
이 그림책은 그 중 가족에 의한 가정폭력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가족에 의한 아동학대는 대부분이 부모혹은 친족에게서 벌어집니다.
예전만해도 가정폭력은 그 집안사라고 치부되어 다른 사람들이 간섭하기 어려운 분위기였어요.
"아이의 행실이 바르지 않아 아이의 훈육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라고 하면 모든 게 해결되었죠.
지금은 많은 인식변화로 예전보다 아동학대 발견율이 높아졌지만,
그래도 미국의 아동 1000명 당 9명에 비하면
한국은 아동 1000명 당 1명 정도로 발견율이 낮다고 합니다.
아동학대 당하는 아이들을 몇 번 만나봤는데요,
대부분이 내가 당하는 일이 나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감히 가족을 신고할 생각은 못합니다.
아이들은 내가 부모와 분리를 '당한다'고 생각하고, 고아보다는 때리는 부모에게라도 의지하려고하거든요.
예전에 고아원이 가까이 있는 학교에 간 적이 있는데,
각 반에 분리해서 아이들이 배치되어있었어요.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수업시간엔 외딴 섬 처럼 있으며 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쉬는 시간이나 방과후에 같은 고아원 아이들을 찾더라구요.
이미 고아원 아이들인 것을 다 알기에 아이들이 어울려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부모들도 학대할바에야 보내는 게 나을텐데 왜 데리고 있을까요?
99.9% 아동수당때문입니다.
예전에 만난 가족은 4인 가족에 한 달에 170정도 수당이 나왔는데,
아빠가 매번 3일만에 술값으로 다써버렸어요.
매일 폐지줍는 엄마를 반복해서 때리고 집기를 부수니 엄마는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가셨어요.
그림책에도 엄마는 등장하지 않아요.
견딜 수 없는 폭력을 피해 사라진 엄마를 여러 분은 욕하실 수 있나요?
사실을 알고 바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연락했는데요,
돌아온 건 아빠도 아이도 분리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분리 할 수 없다는 통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아빠는 매-일 전화오고 찾아와서 누가 찔렀느냐, 죽여버리겠다 소리지르는게 일상이었죠.
이 사건을 거의 3년을 끌어 겨우겨우 설득해서 그룹홈에 보냈어요.
그룹홈은 고아원을 대체해서 나온 가정보육시설로,
고아원은 아무래도 낙인찍히기 쉬우니
평범한 가정집에서 관리인이 아이들을 4-5명 정도 그룹으로 만들어 같이 생활하는 제도입니다.
그리고 3개월만에 돌아왔어요.
아이들이 없어 가족수당이 덜나오니 아빠가 술마시기에 돈이 부족했거든요.
이 사례말고도 tv는 우스운 사연이 정말 많답니다.
내 주변에 없는 게 아니라, 음지에 숨어있으니 보이지 않을 뿐이예요.
흔히들 가정폭력을 얘기할 때 대물림된다고 하곤 합니다.
이 책도 그렇게 보일 수 있어요.
아빠의 나무를 나도 옮겨심으니까요.
하지만 이 책은 다른 사람도 나무가 자라는 지 궁금했던
'내'가 나무를 심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나무가 자라지 않는 것으로 나와요.
내아이도 마찬가지죠.
가정폭력이 대물림된다고 쉽게 재단 해버리는 건,
가정폭력을 당했지만 열심히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빼앗아버리는 일이 아닐까요?
그런 시선 또한 다른 폭력의 생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 안에서 베어 버릴 수 없을 만큼 무시무시한 나무들이 자라게 된 건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는 이 아이에게도 심긴 나무가 없는지, 온몸에 피멍 든 열매가 가득하지는 않은지, 묻는 어른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김흥식(작가)'
주변에 관심을 갖고 둘러봐주세요.
나무가 베어버릴 수 없을 만큼 자라기 전에 아이들을 구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