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죄와 벌 - 하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참으로 어려운 책이네요. 상권에서 처럼 심리묘사로 진행 되었을때는 그럭 저럭 읽어 내려가기가 쉬웠는데, 하권에서는 주인공들의 사상이나 인생관을 웅변하듯이 말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예심 판사인 뽀르피리 뻬뜨로비치가 라스꼴리니코프를 찾아와 심리학적이고 철학 적인 말로 그의 범죄 심리를 말하는 부분이 현학적입니다.
라스꼴리니코프가 살인자라는 것을 심증으로는 알겠으나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그의 심리를 떠보는 부분이 장황하게 묘사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소냐의 아버지 마르멜라도프의 아파트에 세들어 사는 레베쟈뜨니꼬프(안드레이 세묘노비치)는 사회주의 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어 그의 사상적인 부분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라스꼴리니코프의 여동생 두냐의 약혼자 였던 뾰뜨르 뻬뜨로비치 루쥔이 두냐와 결혼해서 군림하고 싶어 했던 심리가 나오고 있으며, 두냐와의 약혼이 파혼이 되자 그의 위신을 살려 보고자 소냐에게 누명을 씌우는 장면에서 그의 파렴치함을 최대한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의 여주인공인 소냐는 원어인 소피아 즉, 지혜라는 말에서 유래 되었습니다. 그녀로 인해 라스꼴리니코프는 <이>와 같은 존재인 전당포 노파를 죽인 것으로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을때 구원의 손길을 뻗어 줍니다.
소냐의 아버지 마르멜라도프가 마차에 치여 죽고, 그녀의 의붓 어머니인 까쩨리나 이바노브나는 폐병으로 고생하다 길거리에서 죽게 되지요.
그런 상황에 놓인 소냐이지만 라스꼴리니코프에 대한 사랑은 절대적인 것이었고, 끝까지 그와 함께 하게 됩니다.
라스꼴리니코프의 친구인 라주미힌은 천사적인 내면을 가진 자로, 두냐와 결혼하여 라스꼴리니코프의 부담을 들어 주는 존재로 등장합니다.
그에 반해 두냐에게 흑심을 품고 자신의 정욕을 채우고 싶어 했던 스비드리가일로프 라는 지주는 악마적인 내면을 가진 존재로 나와 대조를 이루고 있어요.
결국 스비드리가일로프는 짙은 안개가 낀 날 소방서의 망루 앞에서 자기 스스로의 혐오감을 참을 수 없어 자살하고 맙니다.
상, 하권을 통틀어 1600페이지를 육박하지만 단 2주동안의 일을 전개해 나가고 있습니다.
공간적인 배경으로는 뻬쩨르부르끄라는 음울한 분위기 이며, 라스꼴리니코프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살인을 생각해 내고,실행에 옮기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영웅적인 심리로 비범한 사람들이 역사의 발전과 진화를 위해 어쩔수 없는 희생으로 노파를 죽인 것에 대해 스스로를 위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를 <대지에 입>맞추게 하는 회개의 마음을 가지게 하고, 하나님을 믿지 않아 자유의 길위에서 운명의 지배를 받고 있는 라스꼴리니꼬프를 소냐가 구원하게 되며, 그들의 미래가 희망적임을 복선으로 내보이며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됩니다.
도스또예프스키의 내면과 배경의 섬세하고 치밀한 묘사는 가히 누구도 따라 잡을 수 없을 만큼 뛰어난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평범한 사람이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심리학적이며 철학적이었던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