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
김현 지음, 산제이 릴라 반살리 외 각본 / 북스퀘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가끔씩 신문 사회면을 휩쓸고 가는 이슈가 '안락사'이다. 안락사라고도 하고, 요즘은 존엄사라고도 하는 이 문제는 전신마비 환자나 식물인간 처럼 의식불명으로 누워 있는 환자들이나 가족들에게 한번쯤 고민해보는 주제일 것이다. 이런 환자는 기본적인 인간적인 삶을 누리지 못하는 고통과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수 없는 삶속에서 인간답지 않다고 생각해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또한 그의 가족들은 경제적인 면에서나 환자를 돌보아야 된다는 육체적인 제약이 고통으로 수반되는 문제들이다. 아무리 보험을 잘 들어 놓았다고 해도 어느 시점에서는 경제적인 면에서 부담을 느껴 가족이 환자를 죽이는 사건도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그런 고통을 주는 환자들도 삶이 인간답다고는 할수 없을 것이다.

 

이런 안락사 문제를 다루고 있는 좋은 작품이 등장했다. 청원이라는 영화가 일단 먼저 상영되었었고, 관객들에게 많은 감동과 생각거리를 제공했던 영화였던 것 같다. 사실 영화를 보지 못했던 나로서는 사진으로나마 상상할수 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소설을 읽고 난후 느끼는 감동이 영화로 제현되는 장면들을 충분히 연상해 볼수는 있다. 김현이라는 작가가 영화를 소설화 시킨 <청원>~ 메말랐던 감정에 고요하게 잔물결을 일으키는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원작이 영화의 각본인 만큼 영화를 통해 보여지는 장면과 대화로 상세한 심리 묘사와 배경묘사를 해 나야 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텐데, 영화의 메세지를 충분히 살린 탓인지 등장인물의 말 한마디 한마디와 부연 설명의 묘사들이 좋은 글귀가 되는 부분이 상당수 보인다.

 

인도 최고의 마술사로 전성기를 누리던 이튼은 14년전의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고 만다. 그 후 12년 동안 자신을 헌신적으로 간병해온 간호사 소피아에게 애정을 느끼게 되고, 그런 소피아도 이튼에게 연민을 넘어 사랑의 감정을 키운다. 하지만 이튼은 14년동안의 고통을 마감할 <안락사>에 대한 청원을 해달라고 친구 변호사인 데비아니에게 소송을 재기해달라고 부탁한다. 소중한 생명을 인간이 어찌할수 없다는 종교적인 문제를 떠나서 자신이 행복해지고 싶어 죽음을 당당히 선택한다고 이튼은 주장한다. 옆에서 지켜본 지인들도 그것은 다 공감하지만 법적인 문제가 걸려 있다. 안락사 문제를 일부 유럽 나라에서는 단편적으로 허용하는 국가들도 있지만 아직도 논란의 소지를 가지고 있는 뜨거운 감자이기도 하다. 그런 문제를 이 영화에서 다루는 이유는 바로 이들의 고통을 한번 뒤돌아 봐달라는 메세지가 보여진다.

 

35 "안락사라고 하지! 요즘엔 존엄사라고 하던가? 들어봤을 텐데? 문자 그대로 안락하고 존엄하게 가겠다는 건데 뭐가 문제지?"

 

이런 식으로 항변해보는 이튼~ 그의 말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것은 아니다. 몸을 움직일수 있는 자유로운 사람은 스스로 자살이라는 자유로운 선택을 하는데, 이튼은 그럴수도 없는 입장이다. <지긋지긋한 육신의 감옥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어.>라는 말로 자신의 고통을 대변하고 있다.

 

마술이라는 멋진 소재를 가지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팍팍한 현실세을 뛰어넘어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하는 마법으로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사실로 가슴 벅찬 생을 살았던 이튼. 그런 그가 , 라디오 디제이를 하면서 그의 삶을 책으로 써내기도 하고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에게 정신적 지주였던 그가 안락사를 꿈꾼다니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라 비난을 하지만 결국은 그의 삶을 이해한 많은 이들은 그의 청원에 심적으로 동의하게 된다. 이성적인 판단으로는 나도 안락사에 반대이지만 감정적인 면에서는 그의 안락사 청원에 충분히 공감이 가는 것은 어쩔수 없는 사실이다. 안락사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고통이 끝났다는 기쁨에 행복해하는 이튼을 보면서 마음이 짠해지는 것은 감정이 있는 인간이라면 느껴질 것이다.

 

256 제가 오늘 행복한건, 고통이 어제로 끝났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고통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그래서 웃을수 잇는 겁니다. 전 이제 행복하게 떠날 겁니다."

 

261 .....인생은 무척 짧지만 열심히 살면 길어질 수 있어요. 그러니 틀을 깨세요. 빨리 용서하고, 진실로 사랑하고, 즐거웠다면 후회하지 마세요.

 

죽어가는 순간까지 아름다운 마술사 이튼은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면서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틀을 깨세요. 빨리 용서하고, 진실로 사랑하고, 즐거웠다면 후회하지 마세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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