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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작가의 전달 메세지가 너무 충격적이고, 강력한 것이어서 <구병모>라는 작가를 한동안 잊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시간으로 나온 <아가미>를 기필코 읽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했었었다. 결국 읽게 되었고, <위저드 베이커리>에서만큼의 충격은 아니지만 작가의 메세지는 강력하게 내 마음을 사로 잡았다. 약간의 흠을 잡자면 아직도 청소년 문학이라는 단위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그 내용이 풍부하지 않았던 것이 아쉬웠다. 위저드 베이커리야 청소년 문학상 대상에 빛나는 분량의 소설 내용이어서 청소년에게나 성인에게나 모두 강력하게 내용이 와닿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 문학상 수준에서 벗어난 좀더 폭넓은 분량과 더욱 깊은 내용을 담았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은 평가를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를 제외하고는 인어남자라는 소재를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와 동화인 <인어공주>를 연상케 하고, 여러가지 판타지를 상상할수 있어 참신했다.
<아가미>는 극적인 상황에 인간이 놓였을때 살고자 하는 강인한 생명력이 만들어낸 새로운 생명체의 이야기이다. 잊을 법 하지만 있을 수 없는 이야기 이다. 자살하려고 아버지가 아이를 데리고 뛰어든 호수에서 아가미를 가지고 호수에서 살아난 <곤>이 살아가는 방법이 묘사되어 있다. 자살하려는 사람들을 구해내고, 사고로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해내는 등의 영웅적인 행동을 하지만 곤은 영웅 대접을 받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헐리우드에서 항상 만들어지는 영웅의 이야기에 비해 식상하지 않아 괜찮았다.
곤의 삶은 처참할 정도로 인간들의 호기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를 지켜준 노인과 강하와 또한 해류라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호기심에서 벗어나 살아가게 된다. 이 작품에서 작가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다름 아닌 생명체로서의 강인한 생명력 일것이다.
P.62 그들은 모두 살아 있었고, 살아 있는 건 언제 어디서라도 그걸 부르는 자에 의해 다른 이름을 가질수 있었으며, 곤에게 의미 있는 건 그것을 뭐라고 부르는지가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오래도록 또는 눈부시게 살아 숨쉬는지였다.
곤이라는 이름은 어린이 문고판의 <장자>에서 큰 물고기에 비유되는 鯤. 물고기 곤으로 지어 졌는데, 이 이름은 강하라는 본인이 물과 연관된 이름을 가진 곤보다 5살 많은 소년에게서 붙혀진 이름이다. 그리고 또다른 물과 관련된 이름의 해류라는 여자가 등장한다. 다리에서 핸드폰을 주우려다 강에 빠진 해류를 곤이 구해 내면서 부터 프롤로그가 시작된다. 작가는 물과 관련된 모든 한자어를 동원하여 이들 이름을 지어 내고 소설의 분위기에 걸맞게 녹아내려 이름들이 익숙해져 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노인과 강하는 홍수라는 거대한 물에 의해 쓰러져 가 버린다. 이런 저러한 다양한 사건속에서도 곤은 강인한 생명력으로 물과 함께 살아 삶을 유지해 나가면서 무언가를 열심히 찾아 헤맨다.
어류와 양서류로 포유류로 진화되어 가면서 잃어 버렸던 퇴화된 흔적인 아가미가 곤의 귀와 목사이에 상처러럼 자리잡고 있다. 그 아가미는 물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명력으로 표현되어 지고 있다. 인어의 표상인 하체의 긴 물고기 꼬리가 진화되어 두다리로 살아가는 곤의 다리는 누구를 위해 얻은 다리일까하는 의문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건 단순히 아이들의 동심에 의해 생각되어진
<인어공주>의 이야기와 다분히 귀결되어진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노인과 강하를 찾아 헤매다 어린소녀의 비치볼과 신발을 찾아다 준 곤의 모습을 보면서 어린 소녀는 이러한 의문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p. 187 엄마, 내가 인어를 봤다니까? 그 아저씨는 분명 바다 같이 궁전에 사는 인어 왕자님일거야, 그런데 마녀가 준 약을 먹고 두 다리가 생긴거지. 인어 왕자님은 누구를 위해 다리를 얻은 걸까? 그러면 역시 언젠가는 물거품이 되어서 아침 햇살에 부서져 버릴까?
<인어공주>의 마지막 부분에서 받았던 여운이 아가미에서 일치하면서 남기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를 어느정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