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동물원에 가기>에서 충분히 심오함과 철학성의 과시한 알랭 드 보통의 <여행 에세이> 이다.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나는가?>라는 부제목이 어울리는 여행을 하는 이유와 떠나는 방법과 동기부여 등에 대해 유명한 작가나 화가들의 입을 빌어 그 여행장소에 대해 소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알랭 드 보통은 스위스 출신의 작가로 프랑스 문화부장관으로 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고, 뛰어난 유럽의 문장가에게 수여하는 <샤를르 베이옹 유럽 에세이 상>을 수상하기도 한 문장가이다. 그런 만큼 그의 문장은 단순하지 않고 생각을 부여해주는 역할을 하는 문장을 써내려가고 있다. 방대한 그의 독서력에 의해 여행하는 장소에서의 느꼈던 생각들을 그가 알고 있는 작가, 화가, 평론가 , 시인 등의 저서와 말을 인용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자 했다.

 

우리는 여행을 떠나는 목적이 무엇일까? 첫째는 어떤 기대감에 의한 것이다. 위즈망스의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이 런던 해머스미스에 대한 시각을 통해 그 장소에 대한 기대감을 부여하고 있다. 바베이도스라는 섬나라의 배경이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 여행하고자 하는 기대감일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여행의 기술은 간단하지 않고, 그것에 대한 조언이 많지 않음을 토로하고 있다.

 
유독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을 준비하는 장소들과 탈것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공항이나 휴게소에서 혼자 여행 할때의 고독을 철저하게 독자들로 하여금 바라 보게 하여 슬픔과 고독속에서 괴로움과 중압감을 벗어나게 하는 매개체로 만들고 있다. 그것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들에서 역력하게 느낄수 있다고 한다. 비행기나 기차, 차 등의 탈것으로 여행할때 혼자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겪는 감정에서 더욱 생각을 잉태하게 하는 유도체로서의 역할을 해 낼수 있다.<마담 보바리>의 작가 귀스타브 플로레르는 이집트의 이국적인 것에 매료 되어 오히려 자신이 태어난 프랑스 보다 이집트를 더 고국처럼 여겼고, 고향에서 갈망했지만 얻을 수 없었던 것을 더욱 이국적이라고 느끼게 만들었다.

여행은 새로운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자신이 알고 하는 그 지역의 식물과 자연들을 알고 싶어하는 열정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독일의 자연 과학자 훔볼트의 경우처럼 말이다. 준비되지 않은 시기에 아무 쓸모없이 여행지의 볼것들을 놓치는 것의 안타까움을 말하면서 훔볼트의 준비된 여행으로 이루어진 <신대륙의 적도 여행>이라는 저서의 의미도 깊다.
자연 예찬론자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자신의 고향인 레이크디스트릭스에 대한 자부심은 그의 시를 통해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레이크디스트릭스에 나타난 시골 풍경의 자연은 도시의 악을 씻어 내는 일종의 해독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견에 동의 할수 밖에 없다.

 

여행지가 광대한 사막이나 거대한 산맥이거나 광활한 바다일때 그 자연에 대한 숭고함은 인간이 얼마나 유약하고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하는 신의 선물이라고도 할수 있다. 영국의 사상가인 에드먼드 버크가 가장 숭고한 책이라고 하는 <욥기>에서 <신의 지혜가 인간의 이해를 넘어설때, 의로운 사람은 숭고한 자연 광경을 보고 자신의 한계를 깨달은 다음 우주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을 계속 신뢰해야 한다는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고 있다.

 

요즘 나에게도 큰 의미로 다가오는 빈센트 반고흐의 그림들을 보면서 가장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한 프랑스 프로방스의 아를지역의 풍경들을 둘러 보는 여행은 꿈에서라도 가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그런 곳에서 고흐의 그림과 그려진 장소의 관찰은 더할 나위없는 좋은 여행이 될것이고, 장소가 아무리 볼품없는 것일지라고 고흐의 그림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그림으로 인해 우리의 맹안을 뜨게 만들어 주는 힘을 지닌 것이다.

 

<예술은 단지 열광에 기여를 하고, 우리가 이전에는 모호하게만 또는 성급하게만 경험한 감정들을 좀 더 의식하도록 안내할뿐이다.>
자신의 데생 실력을 보잘 것 없다고 말하는 존 러스킨의 데생의 원칙에서 그는 데생은 꼭 그림을 잘 그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을 좀더 자세히 관찰하려고 그냥 눈만 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펴볼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미술 평론가로서 자신의 제자들에게도 모든 이들이 화가가 될 소질을 가지고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들을 자연을 보는 방법에 대해 데생을 통해 이루어 질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었다. 자신이 보는 풍경에 대해서도 꼭 데생이라는 물리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글로 표현 하는 즉 말로 그리는 방법을 적극 활용하라고 권하고 있다.

 

여행은 멀리 떠나야만 좋은 것일까? 멀리 떠나는 여행은 이국적이고 기대감과 호기심을 피력하는 것이라면 그 전에 자신의 따분한 일상과 이미 본것에 먼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한다.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수필가인 샤비에르 드 메스트르 의 <나의 침실여행>이라는 저서에 따르면 익숙해진 자신의 거처 공간이 침실을 여행하는 것을 <말그림>이라는 방법으로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어 일상의 중요함을 마지막으로 되짚어 보고 있다.

 

여행의 기술은 정말 간단하지도 익숙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지만 새롭게 보여지는 풍경에 대해, 이국적인 것에 대해 어떤 의미를 발견할수만 있다면 그 여행은 성공이었다고 말할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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