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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10 - 화적편 4, 개정판 ㅣ 홍명희의 임꺽정 10
홍명희 지음, 박재동 그림 / 사계절 / 2008년 1월
평점 :
드디어 기나긴 장정을 마쳤다.
10권에 해당하는 긴호흡의 장편소설이었기에 몰입할수 있는 시간이 필요로 한다.
임꺽정이 태어나기 전 아버지시절 이야기 부터 시작하여
임꺽정이가 자모산성으로 피신해가는 장면에서 끝을 맺는데, 미완으로 막을 내리는 셈이다.
홍명희 선생은 화적편을 청석편, 자모편, 구월편으로 나누어 쓸 예정이었다.
임꺽정이 구월산성에서 관군에게 잡혀 멸하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에
선생은 그렇게 진행해서 쓸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완성하지 못하고 홍명희 선생님은 작고하시고 만다.
본래 역사적인 사실에서는 구월산성으로 피신해서 있던 두령중
서림이 탈출하여 관군에게 밀고하여 일망타진된것이 정설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서림이 자신의 처남을 찾으러 갔다가
최서방의 밀고로 잡히게 되어 자신만이라도 살겠다는
잔꾀를 부려 임꺽정이를 잡는데 관군에게 지략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홍명희 선생은 러시아 문학과 일본 문학에 조예가 깊을 정도로
탐독을 했다고 한다. 그러한 경향 때문에 자신이 쓸 내용이 서양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착각할 수 있겠지만 자신은 임꺽정에서 <완전한 조선의 정조>로 써내려 가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문체는 구어체를 구사하고 있고, 지금은 사용되지 않은 고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실제로 모르는 단어는 찾아 보아야 하지만 옆에 어휘를 찾아 놓았기 때문에
쉽게 읽어 내려 갈수 있었고, 어휘의 정확한 뜻은 모르더라도 문맥상
이해할수 있기 때문에 신명나게 읽어 갈수 있었다.
임꺽정을 읽으면 많은 어휘의 활용으로 우리말의 보물 창고라고 느낄 것이다.
또한 조선의 풍속이 보이고 연산군 시대 이후의 명종때 까지의 역사공부를 충분히 할수 있다.
무오, 갑자, 기묘, 을사 사화의 순서가 항상 혼돈이 있었는데,
그시대 상이 머리속에 그려지기 때문에 확실한 역사공부가 되는 셈이다.
그리고 우리 나라 지도가 한눈에 보이는 듯이 팔도의 부목군현의 명칭을 줄줄이 기록하고 있다.
나한테까지는 보이지 않지만 전통의상과 교수에게는 조선의 패션이 보이기도 하겠다.
조선시대 상민들의 여성상도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다.
임꺽정의 누이 <섭섭이> 아내 <운총이> 를 통해 보자면
순종적인 조선시대의 현모양처가 아니라
모든 일에서 남성과 더불어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기야 남녀평등이 거의 이루어 지고 있었던 고려시대에서
조선전기 까지의 역사가 그대로 반영되어 이들 사이에서도 어느정도 명맥이 이어지고 있었다고 볼수 있다.
16세기 사림들의 등장과 발전으로 성리학이 강하게 대두되면서
여성은 정조관념만 부각되어 여성의 어깨에 지워지는 남녀 불평등의 극치로 변해 가게 되는 것이다.
홍명희 선생은 조선 프롤레타리아 문학 동맹 즉 카프문학을 지향하고 있어
임꺽정에는 사회주의 경향과 민족주의 경향이 둘다 녹아 있다고 볼수 있다.
가장 하층민인 백정 출신의 임꺽정이라는 인물에 관심을 가진 홍명희 선생의 관점에서 보아도
그런 인물을 통해 사회가 움직여질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다.
홍명희 선생은 해방이후 월북하여 북한에서 부주석 자리에 까지 올랐던 분이어서
한동안 임꺽정이 남한에서 금서로 지정되었던 적도 있었다.
남북 화해 조짐이 보이고 사계절 출판사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임꺽정의 개정판을 오늘날 우리들이 마주할수 있게 된것이다.
임꺽정을 읽으면서 홍명희 선생의 생가가 우리 고장과 가까운 충북 괴산에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직접 방문하는 기염을 토해 보기도 했다. 괴산은 10월말 11월초에 홍명희 문학제도 열고 있어
이에 대한 홍보를 매년하고 있었다. 역사적으로나 문학사적으로나 지대한 영향을 끼친 분들을 기리기 위한
노력을 우리나라의 문화적 자산으로 영원히 지켜나가야 할것이다.
몇주동안 임꺽정과 같이 한 호흡이 진정 흐뭇함과 자랑스러움으로 다가오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