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몇년전에 읽은 <상도>가 최인호의 소설중에 읽은 첫 작품이었다. 우리 남편이 최인호씨의 장편을 좋아 하는 관계로

집에는 <유림><길없는 길> 등이 있지만 쉽게 근접할수 없는 역사와 종교의식을 가진 작가라 손을 뻗기 힘든 작품이었다.

그래서 쉽게 최인호라는 작가에게 근접할 기회를 맞보기 위해 최근작인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선택하게 되었다.

요즘 이슈화 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최인호 선생의 작품 세계에 빠져 들기 위한 전초전이라고 하면 적절할 소설이었다.

낯익음과 타인 이라는 말이 상대적인 말인데 왜이리 잘 어울리는 지 이 소설을 읽다보면 실감이 날것이다.

낯익음과 낯설음이 이음 동의어로 쓰일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될것이고, 현대인의 소외감과 외로움에 대해 극명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날 문득 옆의 아내나 남편이 낯설게 느껴지면서 얼굴은 낯익지만 다른 습관이나 행동들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것인가? 현대인이 갖는 일종의 강박관념이라고도 생각할수 있겠지만 영화에서도 많이 다루고 있듯이

내가 누구에겐가 조종 받고 있다는 느낌, 나는 누군가에 의해 연출되어 지고 있는 배우라는 기분....

영화 <트로먼쇼>를 재미나게 봣던 관람자라면 누구나 상상해볼수 있는 기분을 우리 현대인은 은연중에 상상해볼수 있다.

조지 오웰의 <1984년>에서 모든 사상과 생활을 빅브라더라는 사람에 의해 텔레스크린으로 조종되고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중적인 사고를 하며, 그것을 자랑스럽게 피해나간다고 자부심을 갖던 윈스턴조차도

결국은 그들의 잔인하고 집요한 추적으로 덜미를 잡히고 세뇌당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는 내용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세상은 우리가 은연중에 세어나가는 신상정보를 통해, 좀비 피씨를 통해, CCTV를 통해

내가 전혀 모르는 사이에 사생활이 침범당하고 있는 현대인의 대표적인 군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최인호 선생은 빅브라더의 감시만으로 끝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는 선과 악의 극명한 대비를 위해 결국 주인공 K는 악의 화신인 K인 레인저와 선의 화신인 K2의 나뉨을 통해

인간의 성선과 성악에 대한 기본적인 견해를 표현해 내려고 했다.

자신이 평소에 익숙한 분위기에서 낯설음을 느낀 주인공은 잃은 버린 1시간 30분 동안의 기억을 찾기 위해 추적해 나가는 동안

추적하고 있는 그 자신마저 누군가의 분신임을 캐치하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인간 근본적인 주제를 놓고 보았을때 내가 누구인지를 알지 못하고 있으면

내 주위는 하나의 섀도 박스이며 매트릭스이자, 뫼비우스의 띠처럼 소외감과 혼돈가운데 자리잡게 되는 현상을

이 주인공도 깨닫게 된다.텔레비젼이나 잡지책을 보면 비슷비슷 해보이는 모델들로 난무하는 세상은

대부분 타인들이지만 낯익은 느낌으로 다가 오게 만드는 착각을 일으키게 하고 있는 것이다.

성형미인들로 판치는 세상에서 복제인간을 배우로 내세워 주위를 둘러 본 모든 여자들은 낯익은 그 복제여성으로

보일수 밖에 없기 때문에 주인공은 노출증 여인도, 날씨를 전하는 텔레비젼의 아나운서도 같은 인물로 간주하게 된다.

 

 

p.295  이 모든 것은 '메아 쿨파(내탓이요)'에서 비롯되었다. K는 지금껏 어제 아침부터 시작된 불가사의한 현상들이 아내를 비롯한 딸, 강아지, 휴대폰, 성냥갑, 처제와 죽음에서 부활한 장인, 넓적다리를 보인 노출증 여인, 휴대폰을 습득하고 그 대가로 보험을 강요한 '을', 대리운전 기사, H, H의 아내, H의 간호사, 한때 매형이었던 P의 교수, 친누이 JS, 텔레비젼 화면에서 나오는 노출증의 여인의 복제 인간, 세일러 문 등 k를 제외한 모든 존제가 시뮬레이션의 가상현실속에서 K를 속이고 통제하고 조종하고 세뇌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종교적인 영향으로 항상 선의 의지속에 살아 왔던 주인공 K는 거짓말 한번 해보지 않은 어린시절을 보낸

선의 표상으로 등장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정체성을 두고 고민하게 되고

자신의 다른 측면인 악의 분신인 즉 본래의 주인공일지 모르는 악의 대변인 레인저를 찾게 되고,

그를 통해 자신의 마음속에 눌린 성적인 억압과 친누이에게 은연중에 품게 되었던 정욕을 두고 괴로워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을 '내탓이요 내탓이로소이다'라는 성경 구절을 두고

자신의 탓이긴 하지만 결국 가상 현실속에서 통제되고 조종되는 자신의 나약함을 대변하고 있기도 했다.

가장 나약하다고 생각되는 순간, 자신과 성인방에서 키스를 나누었던 세일러문을 구해야 되는 영웅적인 힘이 필요한 순간에

그는 강한 힘을 가진 레인저 즉 ,K1와의 결합을 이루면서 완전한 하나의 K가 된다.

 

인간의 정체성을 두고 성경의 예수를 근본을 따지지 위해 아버지의 아버지,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를 따지고 들어 결국

예수는 다윗의 자손이며 또한 근원의 하나님의 자손임을 내세우게 위해 나열의 방법을 들고 있다.

 

결국 인간은 카오스이나 오메가이자 우주인 것을 밝혀 나가기 위한 힘든 여정을 마치는 순간이

이 소설을 끝내기 위한 근원적인 여정으로 나타내어 보이고 있다.

 

낯설음에서 시작한 여행은 가장 낯익은 우주에서 기원한다는 사실로 귀결되어 가는 과정은

동서양의 철학적인 면을 염두해 두더라도 , 또한 최인호 선생이 지향하고자 했던 정신적인 종교세계에도

합일되는 면이 많을 것이다. 동양 사상의 근본인 음양의 세계에서 , 광대하게 펼쳐진 종교와 철학적인 사고의 길에서

길없는 길을 찾아 헤매인 작가의 고단한 여정을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는 체험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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