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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편지 - 개정판
법정 지음 / 이레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작년 2010년 3월에 입적하신 법정 스님의 에세이이다.
<무소유>라는 에세이를 읽었을때 감동은 오래된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잔잔히 마음을 그윽하게 만들고 있다.
법정스님의 논지라면 무소유, 가난, 버림의 미학 , 자연과의 조화 등을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토대로
잔잔하게 독자를 감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법정 스림이 17년동안 머문 송광사 산내 암자인 불일암에서 혼자 지내면서
무소유와 가난을 실천하고자 했던 우리나라 몇 안되는 종교인 일것이다.
요즘은 이레 출판사에서 새로 개정판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오두막 편지>는 2000년 1판 6쇄로 거의 11년 전의 책이라고 보면된다.
법정 스님이 작년에 돌아가시고 자신이 쓴 글을 출판하지 말라는 유지를 남겼을때
우리 집에 있는 법정스님의 책을 찾아 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무소유>를 비롯, 몇권의 법정 스님의 책을 발견하고
설마 다시는 그분의 새로운 책을 읽지 못할까 조바심을 내기도 했다.
11년전 남편이 공익근무요원으로 있으면서 자신의 마음을 달래보고자 샀던 흔적이
앞표지 뒷장에 적혀 있는 기록을 발견하기도 했다.
우리집의 역사가 서려 있기도 한 책인 셈이다.
삼라만상이 조용한 가운데 명상을 더불어 하면서
조용히 심상에 떠오르는 글들을 적어 내려갔던 당시의 스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시간 밖에서 놀다
p. 23 우리는 시계를 들여다 보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무가치하게 낭비하고 있는가. 아직도 몇분이 남았다고 하면서,
또는 시간이 아직 멀었다고 하면서 일 없이 아까운 시간을 쏟아 버린다.
현대인들이 무가치하게 시간을 낭비하는 모습을 안타까워 하면서 시계에 집착하여 자신의 일상을 아깝게 허비하는 삶에서
시간을 초월하여 시간이 흐르는 데로 자신의 삶을 내어 놓아 보라고 권하고 계신다.
시간에 맞추어 배가 고프지 않아도 밥을 먹고, 잠이 오지 않아도 시간에 따라 잠을 자는 시간 속에서
억매여 사는 우리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 보고 있다.
p. 47 죽음에 이르는 병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절망이 곧 우리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세상은 지,수,화,풍 즉 흙, 물, 불, 바람(공기)의 네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어
이런 자연의 요소를 거스르지 말고 바람이 부는 대로 , 자연이 변화하는 대로 그 흐름을 따라 살라고 하신다.
진정 우리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절망이므로 자연의 변화에 민감하게 맞추어 산다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쉬운일이라고 말씀하시고 있다.
이 에세이를 쓰신 연대가 1996년에서 1998년 사이 인지라
IMF 라는 경제의 거대한 흐름때문에 힘들어 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두고,
가난에 대한 희망적인 견해를 내어 놓으신다.
p. 41 출가 수행자는 무엇보다 먼저 가난해야 한다. 자신의 분수와 가난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수행자에게 가난이란 맑음 그자체다. 출가 수행자는 세속의 자로 재어 가난할수록 부자다.
p. 115 '사치한 자는 3년동안 쓸것을 1년에 다 써버리고 검소한 자는 1년동안 쓸것을 3년을 두고 쓴다. 사치한 자는 부유해도 만족을 모르고, 검소한 자는 가난해도 여유가 있다 .사치한 자는 그마음이 옹색하고, 검소한 자는 그 마음이 넉넉하다. 사치한 자는 근심 걱정이 많고, 검소한 자는 복이 많다.
p.195 게으름과 사치는 버려야 할 악덕이고, 부지런함과 검소함은 익혀야 할 미덕이다
사치와 낭비를 일삼던 우리 경제를 비판하면서 그런 결과로 경기침체와 국제금융구제라는 커다란 시련이 다가 왔으니
사치와 게으름을 버리고 부지런함과 검소함을 강조하여 권면하고 있다.
요즘 절이 세속과 같이 물질을 많이 강조하고 부자가 되어 가는 현실을 강력하게 한탄하시면서
진정으로 바라건대 가난한 절이 그립고 그립다고 애절하게 말하고 계신다.
자라나는 청소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조차도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면밀히 명상하고 삶을 다져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라고 말하고 있다.
p. 73 당신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
그 일에 전심전력을 기울이라
그래서 당신의 인생을 환하게 꽃피우라.
이말은 우리 성인들도 인정하는 말일 것이다.
자신이 원하지 않던 일을 부모에게 떠밀려 하다 보니 능률도 오르지 않고,
힘들어 하면서 공부를 했거나 직장을 다녔던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우리아이들에게도 항상 말하듯이 나의 적성과 내가 진정하고 싶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새기고 새겨 보라고 하고 싶다. 하잖은 정원사 일을 하면서도 화단에 아름다운 조각을 새기던
미켈란젤로를 크게 보아 조각 공부까지 시켜주었던 정원의 주인처럼
내아이가 진정으로 좋아 하던 일이 무엇인지 잘 관찰 해볼 필요가 있다.
친구를 사귀는 것에 있어서도 <시간을 죽이기 위해 찾는 친구는 좋은 친구가 아니다
시간을 살리기 위해 만나는 친구야 말로 믿을 수 있는 좋은 친구사이다> 라며 가려 사귈 것을 권하고 계신다.
여행을 다닐때도 혼자 다닐 지언정 어리석은 길벗과 다니지 말라고 했다.
영혼을 통할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내방을 드나드는 것은 오로지 맑은 바람뿐이요. 나와 마주 앉아 대작하는 이는 밝은 달 뿐이다>
라고 오히려 고백하는 것이 더 낫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러한 주옥같은 말들이 독자들의 마음속에 녹아 영혼을 정화시켜 줄 수 있는
영혼의 책을 만나보기를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