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 여행자 - 신경과 의사, 예술의 도시에서 뇌를 보다
김종성 지음, 경연미 그림 / 사이언스북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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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책을 하나 만났다. 김종성이라는 신경과 의사가 예술가들의 뇌를 파헤쳐 예술가들을 고통으로 몰아 넣은 병명을 알아내고자 한 특별한 시도를 한 책이기 때문이다. 명망있는 신경과 의사로 대한 뇌졸중 협회의 임원을 맡으면서 세계 뇌졸중 협회를 다니면서 만난 그 나라의 예술가들에 대한 애정이 보이는 책이기도 하다. 일단 김종성 박사는 뇌의학 쪽에서 대가라고 할만하지만 미술, 음악 , 문학에 정통하신 분인것 같다. 우리가 세계 고전으로 다루고있는 알퐁스 도데, 모파상, 셰익스피어, 도스도예프스키, 기욤 아폴리네르, 세르반테스,고골 같은 작가들의 문학 작품을 섭렵하였고, 또한 피카소, 모네, 마네, 고야, 세잔 등의 화가와 그 작품을 두루 알고 있으며,베토벤, 모짜르트, 모리스 라벨, 재플린 뒤 프레 , 헨델 같은 음악가에 관심이 많은 과학과 예술을 접목할줄 아셨던 분 같다.
주로 다녔던 학회 개최지에 근접해 있던 곳을 들자면 프랑스의 파리, 프로방스 지역, 러시아의 생테페트르부르크, 독일의 뮌헨, 본, 영국의 런던, 아프리카의 케냐, 중국의 베이징을 들수 있겠다. 이들 도시를 다니면서 장소와 예술가를 연관지어야 했고, 작품을 상기시켜야 했으며, 그들의 사생활을 알아야 했다. 거리를 걸으면서 지도를 보듯이 그곳의 역명과 카페이름과 거리이름과 공원이름이 뒤이어 나오고, 눈앞에 사진을 보여 주듯이 설명해주니 내가 그곳에 가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실제로 가보고 싶다는 욕구를 만들어 주고 있다. 해외 여행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목표를 가지고 있듯이 어떤 사람은 문학작가들의 고향을 찾고 싶다는 사람, 화가의 고향과 그림속의 배경을 찾고 싶다는 사람 등 그런 목표로 단순히 그곳의 배경과 예술가들의 일상만 잠시 떠올리다 올 뿐이 겠지만, 뇌의학에 전문가인 작가는 그들의 뇌를 파해치고 그들이 겪은 병에 대해 알아 보고자 했다. 

사실 모두 20세기 이전의 예술가 들이라 과학과 의학이 발달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확한 진단을 한다는 것은 무리 일테지만

작가는 예술가들의 사생활을 알아내고, 작품속에 묘사된 병의 형태를 분석하고, 주위 지인들의 기록을 찾아 내어

과연 어떤 병에 더 근접할까 는 방식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엄청난 양의 문학 작품을 쓴 도스도예스키나 세익스피어 같은 작가는 <측두엽 간질>이라는 병명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측두엽에 뇌손상이 있으면 종교적인 관념에 관심이 많고, 성적인 흥미가 없어지며, 하이퍼그라피라는 엄청난 글을 써낸다는 증상을 빌어 그들이 그와 유사한 뇌를 가진 것으로 추측해 보고 있다.  도스도예프스키가 아내 안나를 만난 것도 엄청난 생각이 떠오르는 상황에서 그 글을 받아 쓸수 있는 속기사로 채용하면서 인연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돈키호테를 저술한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가 앓았던 것으로 보이는 조울증의 한 증상으로 착각, 망상, 환각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가장 원초적인 인간을 그리고자 했던 것이다

화가들의 작품에 대해서도 많은 애정을 가졌던 작가는 각나라의 도시마다 있는 미술관을 찾아 보고자 했다.

파리의 대표적인 미술관인 <루브르 박물관>에서 루벤스, 제리코, 다빈치의 그림을 감상햇고,

마르모탕 미술관에서 모네의 그림을,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프라도미술관에서 고야를, 런던의 테이트 미술관에서 윌리엄 호가스와 라파엘 전파의 화가들을 생각했다.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첼리스트 재플린 뒤 프레가 열연을 했을 위그모어 홀을 방문하면서 그녀의 열정속에 감추어져 있던 고달팠던 병인 <다발성 경화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주고 있다.

원래 독일인이면서  바흐와 거의 동시대에 살았던 조지 2세의 후원으로 영국인으로 귀화한 헨델은 말년에 한쪽눈의 실명으로 고생했다고 한다. 실명의 원인을 경동맥에서 온 혈전에 의한 눈으로 오는 뇌졸중일 가능성을 시사해주기도 한다.

이런 여러 사실보다 가장 놀랍게 다가 온 사실들은 우리가 목가적이고 서정적인 소설 작품을 쓴 알퐁스 도데와 모파상, 화가인 마네, 고흐, 고흐의 동생 테오, 음악가 슈만과 그의 아내 클라라 까지 매독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이들이 말년에 겪은 여러 뇌증상, 팔다리 마비와 언어장애, 관절염등이 매독으로 인한 대뇌 매독과 척수 매독으로 인한 것이었다고 한다.

당시 <별>이라는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글을 쓴 도데와 어울리던 보들레르 모파상, 플로베르, 콩코르 등이 모두 매독으로 고생했다고 하니 정말 믿겨 지지 않은 충격이었다. 이러한 일련의 매독은 현대에 와서 <페니실린>의 개발로 거의 완치를 할수 있다고 한다.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연애 정신이 실로 과감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그들의 고독한 영혼을 마냥 그런 쪽으로만 소비하지 않고 위대한 창작품을 남겼다는 사실도 간과될수 없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독재가인 히틀러나 마오쩌둥도 많은 뇌질환을 앓고 있었느니

히틀러는 파킨슨 병을 앓고 있었고, 마오쩌둥은 루게릭 병을 앓다가 운명하였다고 한다.

또 가장 재미있었던 사실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롬버스가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유럽의 여러 전염병을 전파시켜 그들을 몰살 시켰듯이 아메리카의 전염병이었던 매독의 첫 전파자라는 아이러니를 알게 된 것이다. 콜롬버스가 퍼트린 매독으로 인해 이미 알다 시피 많은 예술가들이 매독으로 죽어갔고, 바람둥이 왕들도 그 병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런 면에서 콜럼버스는 위대한 개척자라는 면과 아메리카 문명의 파괴자라는 두 가지 얼굴을 피할수 없는 역사적 사실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마네와 피카소를 비롯해 많은 화가들이 전두엽과 측두엽쪽의 뇌를 손상당하면서 오히려 전두엽의 지배를 받고 있던 시각중추 담당영역인 후두엽의 활성으로 더 위대한 그림들을 그려 낼수 있었다는 뇌과학의 재미있는 사실도 알게 된다.

 

또한 정신분열자나 창작활동이 뛰어났던 천재예술가들의 두뇌 속은 도파민이라는 수용체가 저하되어 많은 정보를 걸러 내지 못해

뒤죽박죽으로 남아 환각과 망상에 시달렸던 것은 공통된 사실이었다.

 

p. 341 천재는 수많은 정보를 자유롭게 엮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데 반해 정신질환자는 그 정보를 소화시키지 못하고 혼돈 속에 산다는 점이 다른 듯하다. 마나자노 교수의 연구 결과를 보면 천재와 광기는 서로 연관된다는 설이 어느 정도는 설득력이 있다.

 

이런 마지막 결론이 지어진 사실로 미루어 보아 천재들은 보통사람과의 뇌와는 판이하게 틀린 것만은 진실이다.

그들속에 내재한 광기와 우울을 담아두지만 않았고 그들은 위대한 창작 활동을 이루어 냈던 것이 충분히 천재라고 칭해 줄만하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두뇌를 타고난 일반인인 사람에게는 천재들의 열정을 담고자 하는 정신력 만이 일반인도 충분히 그들에 버금가는 결과물이 나올수 있다는 사실도 간과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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