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모처럼만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 손을 댔다.

처음 독서의 열정으로 접어 들때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일본 작가<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존경심으로

책에 흥미를 더했던 기억이 있다. 베르나르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과 지식에 감탄하고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판타지틱한 배경 설정과 음악에 대한 방대한 지식에 매료 되어 그들의 소설을 끼고 있기도 했다.

 

그런데 가만히 헤어려 보니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작품 중 내가 읽은 것은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1.2><1Q84 1.2.3>이 전부라는 사실에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좀더 많은 작품을 섭렵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도 남기도 하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 이유는 <해변의 카프카>를 읽으면서

다무라 카프카라는 열다섯 소년의 어린아이와 어른의 경계선에서의사랑과 방황을 그리고 있는 무거운 주제라

접근하기가 난해 했던 점을 들 수 있다. 그리스 신화의 오이디푸스의 비극을 연상케 하는 어머니 같은 존재 사에키 상을

사랑하게 되는 카프카와  어릴적 사고로 기억을 잃고 대신 고양이의 말을 알아 듣게 된 나카타라는 노인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는다. 철학적인 내용과 판타지풍의 이야기로 쉽게 다가가기 힘들었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그런 작품만 대하다가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평범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작가도 생활하면서 부딪히는 작은일에 대한 감상은 나와 다르지 않구나 하는 사실에 공감을 느끼게 되는 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씨의 현재의 모습보다 예전의 사진을 보면 평범한 아시아 남성의 대표를 보는 것 같아 재미있다.

자신의 모습도 작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표현하고 있는 모습에서 웃음이 피식 나오게 된다.

 

p. 42 가끔 생각하는 일이지만 아무래도 나한테는 작가로서의 (혹은 예술가로서의) 독특한 분위기 같은 것이 약간 부족한 것 같다. 일본에 있을 때도 빵집이나 슈퍼마켓의 점원으로 오해 받는 경우가 많았다.

 

책의 겉표지와 책 앞쪽에도 사진이 있는데, 미코노스 연립주택 단지의 관리실앞에서 반젤리스라는 관리인아 오징어를 잡는 요령을 가르쳐 주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개구장이 모습을 하고 있는 하루키 씨의 모습에 너무 정감이 간다.
먼 북소리라는 제목의 유래는 터키의 옛 노래에서 따왔고 한다.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에 이끌려 나는 긴 여행을 떠났다. 

낡은 외투를 입고 모든 것을 뒤로 한채....

 

 

p. 17 나는 어느날 문득 긴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던 것이다.

......어느날 아침 눈을 뜨고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어디선가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먼 북소리를 들은 무라카미 하루키 씨는 3년동안의 일정으로 유럽을 여행하는 여행스케치를 글로 그려낸다.

아이가 없었던 하루키씨 부부가 이런 일정을 다닐수 있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부러울 따름이지만

그런 여행일기를 하루키씨 다운 문체로 위트와 유머가 넘치가 적어 내려갔다는 사실이 더 흥미롭다.

 
주로 작가가 소설을 썼던 곳은 로마였는데, 로마의 아파트에서 그 유명한 <상실의 시대>를 저술했고,

그 상실의 시대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을때 더욱 공허함과 상실감을 느꼈다고 솔직히 고백하는 작가의 모습에서

더 인간다운 매력이 느껴진다. 그리스의 아테네, 스펫체스섬, 미코노스, 시실리, 파트라스, 크레타 섬, 자신의 이름과 발음이 유사한 하루키 섬, 카발라, 레스보스, 페트라 섬... 이탈리아 로마, 핀란드 헬싱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스위스 알프스 등

 

그 이름도 유명하고 역사가 깊은 유럽의 여러곳을 다니면서 장대한 문화유적과 그것들의 장대함에 감탄하는 내용이 아니라.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숨기고 싶은 , 허술하기 짝이 없는 그들의 사회체계를 자신이 느낀 그대로

이야기 해주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를 여행 할때에는 항상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여행을 하지 않은 초보자들도 다 아는 사실인데, 그러한 내용이 담긴 작가의 경험담을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여행자의 입장에서 변호를 해주고 있어 통쾌한 기분까지 든다.

 

너무나 아름다운 그리스라는 나라에서 쓰레기를 처분하는 시스템의 후진성때문에

그곳을 여행했던 청소업체 직원 네덜란드인의 편지를 예로 들어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선거 문제에 열광할수 밖에 없는 그리스의 역사적인 문제와 그 불편함을 감수하는 국민성에 대해서도 일본과 비교하면서

그들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분석해보기도 한다.

 

p. 412 그리스에서는 선거때 투표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아지 동시에 의무라고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정당한 사유 없이 투표하지 않는 자는 위법 행위를 한것으로 취급하여 법률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그리스가 일본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므로 내가 뭐라고 말할 입장이 아닌 것 같다...투표는 반드시 자신의 출생지에서 해야 한다.

 

 그리스 사람들은 ...심각한 정치적 갈등을 겨꺼온 국민인 것이다. 몇세기에 걸쳐 터키의 지배에 몸부림치다가 간신히 독립하자. 발칸반도의 재편성으로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그 분쟁이 일단락 되자 파시스트 국가의 침략을 받아 레지스탕스 운동을 했다. 그리고 내전..암울한 군사정권....키프로스 분쟁에도 휘말리는 등 그럭저럭 평화를 누릴수 있게 된것은 고작 최근 20년전의 일이다... 그리스의 선거는......훨씬 치열하고 공격적이다

 

또한 이탈리아의 주차 문제와 심각한 우편체제, 그리고 이탈리아 절도 사건의 심각성을 말해 주고 있다.

 

p. 439 이탈리아는 수상이 매년 바뀌고 사람들이 큰 소리로 떠들며 식사를 하고 우편제도가 극단적으로 뒤떨어진 나라..

라고 한문장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결국 이탈리아는  <정말로 신의 은총을 받은 땅인 것이다. 따뜻하고 아름답고 게다가 풍요롭다.>로 부러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뉴스나 시사 프로를 보면 외국 관광객을 맞는 한국인의 실태보고를 다큐로 보면서 우리나라 국민성은 왜 저럴까 하면서

열등감을 느꼈던 적이 있는데, 이탈리아나 그리스처럼 관광산업으로 먹고사는 국민들의 국민성과 정치제도가

그만한 관광산업을 잘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우리나라는 그래도 나은 편이라고 위안을 느끼게 해준다.

 

요즘 들어 관광산업과 우리나라 문화유적을 아끼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나는 시점에서

많이 선진화 되어 가고 있는 국민의식들에 대해 자부심을 느껴 볼만하다고도 생각된다.

 

그토록 아름다운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받은 이탈리아의 국민의식이 너무 후진적인 것은

그들의 삶이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관광으로 인해 충분히 먹고 살수 있다는 것에 대한 나태함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들의 타고난 본성이 그런지는 모르겠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정말 너무 하다고 싶은 경우를

작가가 혹독하게 고발하고 있으니 그곳을 여행할 사람들은 참고해 볼만 하다.

 

여행에는 이런저런 문제가 따르기 마련이다. 생각해 보면 그곳사정도 잘모르고 아는 사람도 없고 말도 잘 안통하는 낯선 땅에서 이동하는 것이니까 문제가  없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이탈리아 산 차를 타고 알프스를 넘어 가면서 생긴 차 문제로 혹독한 경험을 하면서도

이런 낙관적인 생각으로 일관되어 있었던 작가는 정말 여행가로서 타고난 성격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 다시 귀국한 후에도 자신의 머리속에 붕붕 거리는 조르지오와 카를로 라는 두마리의 벌 처럼

자신은 항상 상실된 상황의 연속을 피력하고 있고, 과도적이고 일시적인 자신은 항상 어디로 떠날수도, 어디에도 갈수 없는

마음의 방황을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이런 기분은 마음이 울적한 날이나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황량한 기분에서

보통 사람들도 느끼는 감정이기에 작가에 대해 더욱 친숙함을 느낄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어설픈 먼 북소리가 들여 오는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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