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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마을 느리게 걷기
최상운 지음 / 북웨이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요즘 여행에 관심이 많은 터라 여행에세이 쪽으로 손이 많이 간다. <느리게 걷기>라는 제목으로 요즘 유럽쪽의 여행에 대해 에세이 형식으로 써 내려가는 작가들이 무척 많아 진 추세이기도 하다. 하여간 이런 류의 여행에세이가 나처럼 여행은 꿈꾸지만 막상 시간과 경제적인 이유로 쉽게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확실히 간접경험을 시켜주는 책이라 고맙게 여겨질 정도이다. 좀 여유가 생기면 프랑스나 영국, 독일,스위스,이탈리아, 그리스 등 이런 유명한 관광지을 위주로 해 다녀 올 기회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지중해를 끼고 있는 나라의 지중해에 가까운 마을을 우리가 쉽게 접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 나라와 마을들을 찾아 다니면서 최상운 작가 다운 간결한 문체와 감성으로 자신의 느낌을 써내려가면서 그곳의 유래를 이야기 해주니 눈에 쏙쏙 들어오기 마련이다. 한 지인이 신혼여행으로 지중해를 크루즈 여행으로 다녀와서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는 후기를 남겼는데, 그럴만하다는 생각에 지중해 마을 느리게 걷기를 읽고나면 충분히 공감을 할 수 있다.
아래 지도에도 나오지만 8개국 20마을에 해당하는, 지중해에 근접해 있는 마을을 직접 발로 걸어다니면서 직접 찍은 사진으로 삽화를넣어 더욱 생동감이 있고 현실감이 느껴지게 만들어 주고 있다. 여행을 직접 내가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의 현재시제를 사용하여 작가가 알고 있는 영화와 소설과 사진집과 그림들을 그 마을의 건물과 배경에 결부시켜 설명해주니 상식뿐만 아니라 확실한 간접경험의 현장으로 만들어 준다. 지중해 쪽 나라의 양식에 따라 지어진 이국적인 집모양들과 바다와 절벽과 어우러진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나만의 무릉도원이나 샹그릴라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들어 준다. 이건 실로 나혼자만의 느낌이지만 말이다.
여행을 좋아 해서 프랑스에 살면서 항상 사진기를 들고 직접 걸어다니는 수고를 감당하는 작가 선생은 진정한 여행작가, 방랑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모든 이들의 내면에 어느정도는 자리 잡고 있는 방랑에 대한 꿈을 몸소 하기란 쉽지 않을 텐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대단히 뛰어나야만 할수 있는 일이니 말이다
그전에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에서는 유럽에 대한 여행기를 더럽고 추악한 면까지 상세히 기록하고 있어 새로운 면을 읽어 내릴수 있었다. 먼북소리라는 책이 20년전에 나온 책이니 관광국이라고는 하지만 사회정비쪽은 후진국이었던 여러 유럽국들이 좀더 정비된 관광지를 가꾸었으리라 짐작은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작가는 그 곳의 아름다운 풍경에 흠뻑 취한듯한 느낌을 많이 표현해 주고 있다. 이탈리아의 지인이 '이탈리아 사람은 돈만 아는 사람들이다'라고 자기 나라를 혹평할때 작가는 이탈리아는 정말 감각의 나라라고 극찬해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쓰고 있기도 하다.
이탈리아 국민성이 아무리 후진국이라지만 그들의 예술에 대한 감각만은 세계의 최고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것이니 이부분은 나도 인정해주고는 싶다. 이탈리아에서도 간간히 프란체스코 같은 성자들이 있어 작은 변화를 이끌어 가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프란체스코의 고향인 이탈리아 <아씨시>에서 <성인의 마을답게 조용한 분위기와 오래된 중세의 마을에서 느낄수 있는 고풍스러움이 일품인 곳이다>라며 멋진 조상들의 유적을 물려 받은 이탈리아인들에 대한 부러움을 표현해 보기도 했다.
작가가 다닌 많은 나라 중에서 곧 떠날 계획에 있는 터키에 대한 내용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목화의 섬이라고 불리는 <파묵칼레>를 떠올리면서 흰빛의 따뜻함으로 유혹하는 그곳의 온천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려고 한다. 거기다가<히에로폴리스>라는 고대도시와 바울이 그토록 신경을 쓰면서 전도하고자 했던 <에페수스>에서의 아름다운 고대 유적을 곧 보게 된다.
아프리카 하면 기아와 가뭄에 의한 목마름, 가난 이런 것들만 생각하다가 지중해에 연해 있는 <마그레브>국가들의 풍부한 문화유산들을 보면서 아프리카 대륙이 새롭게 와닿기도 한다. 역사의 한때에는 이슬람국가로 번성하던 이들 아프리카 국가들이 오히려 유럽 이베리아 반도를 점령하여 그들을 통치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역사들이 있었기에 지중해 나라들은 이슬람문화와 카톨릭 문화가 혼합되면서 더욱 풍요로운 문화들을 남길수 있었던 것이다. <레 콩퀴스타> 즉 재정복을 통해 이슬람 국가에서 카톨릭 국가로 성장한 스페인의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은 모로코의 마을과 유사할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역사적인 교류로 인해 서로를 닮아 간 이들 나라들의 모습에서 비슷한 가운데 또다른 특색을 발견해 나가는 여행은 더욱 새롭게 와닿을 것이다. 지중해 지방의 색다른 풍습인 <시에스타>를 알게 되었는데, 지중해 연안과 라틴 아메리카의 낮잠을 자는 풍속이다. 예전에 얼핏 들은 기억은 있지만 이런 풍습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직접 볼수 있다는 것도 색다른 느낌이 든다. 아무튼 다양한 풍속과 문화를 가진 이들 나라의 이국적인 모습에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내면의 소리가 자꾸 치밀어 오름을 느낄수 있다. 내가 직접 가보지 못할 나라이지만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은 내가 그곳에 있다는 착각에 빠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