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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보자기
윤보원 글.그림 / 창비 / 2015년 10월
평점 :
제가 몇 번의 포스팅으로 줄곧 이야기 드렸지만, 딸아이는 핑크
공주님이에요.
최근에 그 증상이 더욱더 심해지고 있어요.
그러는 와중에 핑크 공주님께 정말 딱 맞는 책이라서 내심
놀랐어요.
제 또래 엄마들이라면 분홍보자기 가지고 한번 쯤 놀아보셨을 것 같은데, 저도 기억으로는 끌면서 다녀보고, 인형을 업겠다고 포대기처럼 해보고, 망토도 둘러보고 했었던 것 같아요.
이 책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요??
할머니가 가져오신 보자기라고 쓰여 있더라구요.
그러고 보니 저희는 늘 물건을 담을 때에 쇼핑백을 쓰는데, 저희
친정엄마나 어머님은 늘 보자기를 애용하시죠~뭔가 그런 느낌이 있더라구요.
어깨에 매면 가방이 된다는 말. 신기했는지 딸이 바로 해봤어요. 그건 뒤에 보여드릴께요.
일러스트가 참 귀여운 게 왼편은 현실적인 모습인데 오른편은 상상
속의 모습이더라구요.
그래서 특히 딸아이가 정말 정말 좋아했어요. 이번에는 소풍 돗자리. 그리고 썰매..
저 이거 하다가 정말 힘들어서 돌아가시는 줄 알았어요.
거실을 이 썰매를 태우고 몇 번이나 왔다갔다 했는지...
퇴근 한 남편이 제 몰골을 보고 뭐했었냐고 했었다지요.
그리고 마지막 이불...책 표지 뒷편의 그림이 뭔가 했더니, 분홍 보자기를 덮고 자는 아기를
침실로 데려가는 듯 한 모습이죠. 마지막 부분까지 정말 따듯했어요.

그럼 독후활동을 하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되는 그 현장을
소개해드립니다.
찬장에 과자칸이 있는데, 과자도 꺼내고 젤리도 꺼내길래 '딸~~
뭐해?' 라고 물었더니 가방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혼자 열심히 해보려 하지만 아직 보자기 묶을 줄 모르니까요. 제가 도와줬어요.
짜잔~!!!! 바로 분홍 보자기 가방. = 핑크 가방
얼마나 좋아하는지 보자기 가지고 노는데 시간이 참 엄청 잘
가더라구요.
아기랑 노는데 시간이 안 간다 싶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주시고 이
모든 과정을 한다면 당신의 시간은 분명 엄청나게 흘러 있을 것입니다.

그 다음은 이 겨울 분홍 보자를 쓰고 바리바리 싼 간식을 가지고
어디로 가나했더니 소풍이라면서 분홍 보자기를 살포시 깔아줍니다. 그리고 과자를 터서 먹어요...게다가 주스까지 대령하라는
따님. 엄마 하나도 안 주고 자기만 먹었다지요.
그 다음 소풍도 다녀왔겠다..
한참 제게 썰매 끌기를 시키더니...
이번에는 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야무지게 책에 나와있는 부분을 딱
펼쳐 놓습니다.
배는 대체 어떻게 만들어줘야할지 감이 안 잡혀서 집에 있는 박스에
분홍 보자기를 깔아줬어요.
그랬더니 배라고 좋아하면서 탔습니다.
표정 보니 성공이지요!!!

그리고 제가 사진을 못찍은 그 외의 이 책에 나와있는 모든 분홍
보자기를 실행에 옮겼답니다.
정말 강추강추 해드리고픈 책이더라구요.
예전에 제가 놀았던 기억도 나고, 또 딸내미 노는 것도 보면서 왠지 나랑 이렇게 노는걸 언제가 지금의 나처럼 기억해주겠구나 싶어서
즐거운 시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