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를 된장에 콕 찍어먹는 것 같다. 호흡이 긴 소설을 재료 준비와 충분한 시간이 드는 찌개나 탕 같은 요리라고 한다면, 이 책은 꼭 오이같다. 간편하고 상큼하다. 그러면서 아삭아삭 생기가 있다. 단편이라고 하기에도 멋쩍은 두세장 짜리 짧은 이야기들이 40편 들어있는데, 아무리 짧다고 해도 모두 다른 마흔가지의 이야기를 생각해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아 새삼 소설가는 대단해, 감탄했다. 교훈이 직접 읽는이의 정중앙에 꽂히는, 다소 부담스러운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확실히 재미가 있어서 술술 읽힌다. 좋았던 이야기들을 나열해보자면,타인 바이러스 - 반전이 기가 막히다.비치보이스 - 잔인한 여름 잔인한 청춘도망자 - 남자에게 와이프란 존재는...두고 봐라 - 현실은 언제나 덜 낭만적이다. 초간단 또띠아 토스트 레시피 - 나에겐 초간단하지 않은 일.봄비 - 아름답다 아아아 정말로.입동전후 - 아가씨도 한 잔 마셔, 에서 뿜었다.유쾌하고 즐겁고 좋다. 2016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