꾿빠이, 이상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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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이해하기 힘든 단어와 형식으로 시를 써서 당시 독자들에게 '미친놈의 개소리'라는 평을 듣기도 했지만, 결국 현대에 와서는 아깝게 요절한 천재작가로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그는 천재일까 미친놈일까? 이상한 말장난 같은 것을 시라고 써대는 그는 어쩌면 정말 미쳤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직까지도 이상의 시에 온전히 해석되지 못하는 부분이 남아있는 것은, 거기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비밀이 정말 있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야말로 말장난이었을 수도 있다.


이상의 데드마스크와 유고가 발견되어 그것의 진위를 가려내는 것이 이 소설의 큰 줄기이지만, 작가가 보다 하고 싶었던 말은 이상이라는  예술가 자체의 진위 여부로 보인다. 요컨대 이상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이상이었다는 것. 김해경(이상의 본명)은 이상이라는 거대한 작품을 썼고, 작품 속 주인공은 살아생전 기행을 일삼다가 죽음을 예감하고 도쿄에 건너가 멜론 향기를 맡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는, 그야말로 천재 예술가의 죽음다운 결말을 보여준 것이다. 창조해낸 작가가 쓴 작품들은 그렇다면 진짜인가 가짜인가?


진위를 정확하게 가를 수 없는 상황에서, 아니 비단 그런 상황만이 아니라해도, 애초에 진짜냐 가짜냐의 물음은 무의미하다. 주변의 정황이 그것을 진짜라고 가리킨다면 그것은 진짜고, 가짜라고 가리킨다면 가짜다. 이상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정황이 이상을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천재 작가라 증명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삶을 디자인했는지도 모른다. 모를일이다. 진짜로 믿는 사람에게 그것은 진짜고, 믿지 않는 사람에겐 가짜일 뿐이니.


작가는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이제 당신이 선택할 차례입니다.

믿겠습니까? 아니면 믿지 않겠습니까?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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