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제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금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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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듣는 팟캐스트 빨간책방에 숏컷이라는 아주 흥미로운 코너가 생겼다. 신진 작가들이 게스트로 나와서 자신의 소설을 직접 낭독하고 인터뷰도 하는데, 처음 들었을 땐 그저 재밌네, 하고 흘려 듣다가 점점 빠져들고 말았다. 손보미, 김엄지, 이상우 등등.. 말이 신진 작가지, 면면이 화려한 캐스팅이다. 그러나 이름은 많이 들어봤어도 막상 읽어본 작가는 없었다. 독서라는게 은근히 시간과 공을 잡아먹는 일이다보니 잘 알지 못하는 작가의 책에는 사실 손이 잘 가지 않았다. 휘리릭 훑어만 보고도 이거다, 고를 수 있는 내공도 없고. 결국 아는 작가의 책만을 주로 읽곤 했었는데, 이 코너를 통해 새롭고 재밌는 작가들을 알게 된 것이 큰 기쁨이다. 그들이 직접 낭독해주는 글들을 들으면서 아, 이 사람 이야기는 꼭 읽어보고 싶다, 하고 귀기울이게 되는 순간이 좋다. 딱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이 김금희 작가였다. 낭독해주었던 글은 어떤 아버지에 관한 것이었던 것 같고, (아마도 시간과 장소가 잘 맞아떨어진 것도 있겠으나) 작가의 인터뷰를 귀에 꽂은 이어폰으로 들으면서 곧바로 작가의 책을 사러 근처 서점으로 갔다. 책 제목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지만 어쩐지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꽂혀있는 책등을 꼼꼼히 살폈다. 초중고 수험서에 좀더 치우쳐있는 동네 서점이라 그런지 문학 팻말이 붙은 책장이 그리 많지는 않았고 그 책장들을 위에서 아래로, 좌에서 우로, 그리고 지그재그로까지 훑어내린 후, 이 곳엔 김금희 작가의 책은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시무룩하게 돌아서려던 찰나, 혹시나 하는 생각에 각종 수상작품집들을 열어봤는데 한군데, 2016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에서 후보작으로 올라있는 작가의 이름을 드디어 찾을 수 있었다. <보통의 시절>, 김금희. 줄거리는 편한 사람 하나 없이 각자 몫의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지고 살아가는 네 남매의 소극같은 하루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의 문장들엔 기대하지 않는 사람의 자조와, 그대로를 안아주는 따뜻함이 유머로써 배어있었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는 정겨울 정도의 부산스러움과 은근히 정곡을 찌르는 예리함이 활기찬 리듬을 만들어 주었다. 아, 또 읽고 싶다, 해서 그제서야 알라딘에서 작가의 이름을 치고 구입한 책이 2016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다. 이번엔 후보가 아닌 수상자로써 첫 번에 실린 <너무 한낮의 연애>를 읽고 나는 다짐했다. 김금희 작가의 책을 모두 사서 봐야겠다, 앞으로 나오는 책들도 모두 봐야겠다,고. 이런 연애소설이라니. 너무 멋지고 예쁘다. 애절하게 울고 짜고 하는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허무가, 가짜가, 껍데기가 가득한 세상에서의 사랑. 너무 쉽고 가벼운 현대 시대의 대명사였던(그래서 어른들의 마른 걱정을 샀던) 패스트 푸드 같은 것에도 꾸역꾸역 추억은 쌓이고 사랑은 여전히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 피시버거는 그렇게 사라졌지만,


"선배, 사과 같은 거 하지 말고 그냥 이런 나무 같은 거나 봐요.....언제 봐도 나무 앞에서는 부끄럽질 않으니까, 비웃질 않으니까 나무나 보라고요."



같이 실려있는 다른 작가의 작품들도 정말 좋다. 하나하나 다 좋다. 이제까지 읽어보지 못한 종류의 것들을 읽는 느낌이 마치, 여러 국적의 맛좋은 요리를 한번에 먹고 있는 듯한 느낌이 있다. 한 작가의 단편집이 아니라 여러 작가의 단편을 같이 보는 것은 이런 매력이 있구나, 싶고 이상문학상이나 현대문학상 수상집과는 조금 다른, 젊은 작가들의 신선하고 재기발랄한 톤이 상쾌하게 느껴졌다. 다음 맛은 뭘까, 기대하면서 책장을 넘기는 기쁨이 있었다. 이런 글을 쓰는 작가들이라니, 나는 절대로 소설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낭패감도 들었고, 그저 읽고 기뻐하기에도 벅찬 나같은 무지렁이 독자와는 다르게, 같은 이야기를 읽고 세밀하게 그들의 세계를 파헤치는 평론가들의 해석에도 주눅이 들었다. 어찌되었든 당분간은 계속해서 읽는 즐거움에 빠져 있고 싶어서 일기장에 정용준, 장강명, 오한기의 이름을 적어 놓는다.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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