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옳은가 - 궁극의 질문들, 우리의 방향이 되다
후안 엔리케스 지음, 이경식 옮김 / 세계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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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젠 무언가가 옳은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받아들여지지도 않고, 옳지 않은 것이 흔히 정당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던질 수 있는 핵심적인 질문은 당신이 지금 절대적으로 옳다고, 또 그르다고 알고 있는 것을 과연 '예전 그때에는' 얼마나 깨닫고 있었을까 하는 것이다.

만일 예전에 당신이 가장 존경하고 사랑했던 누군가가 당신에게 가르쳐준 것이 이제 와서 보니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으로 판명된다면 어떨까?

148p

현재에 집중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옳고 그름은 무엇인가?' 추상적 개념은 온전히 그것만이 떠오를 때 진정한 의미를 모색할 수 있는 것이지만, 쉽게 접근하기 위해 늘상 예시를 들곤 한다. A는 옳은가? B는 그른가?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같은 시대를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현재가 아닌'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거대한 흐름 속에 집중해서 말이다. 그 순간, 고민 없이 나오던 나의 대답들이 고뇌의 순간 속으로 다시 한번 빨려 들어간다. 나는 대답할 수 없다. 당신은?

그렇다. 옳고 그름의 영역에 있는 '윤리'는 절대적일 수 없다. 윤리라는 개념은 시대상에 절대적으로 종속되어 있으며,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면 할수록 윤리 역시 정비례의 관계로 추종한다. 그런데 우리는 큰 착각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마치 현시대의 윤리가 절대적인 것마냥 모든 것을 재단한다. 과거의 A 행위는 미개하고 반인륜적인 행위였고 현재의 B 행위는 참으로 윤리적이라고 말이다. 반대로, 현재의 C 행위는 비윤리적이고 그것이 D 행위로 바뀌어야 윤리적이라고 말하곤 한다. '늘 현재만을 살아가는'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사고이지만, 난 늘 이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이 나의 그런 생각에 더욱더 큰 확신을 주었다.

현재의 우리가 과거의 우리에게 매몰차게 손가락질하듯, 마찬가지로 미래의 우리는 현재의 우리에게 거세게 비난의 화살을 쏘아댈 것이 자명하다. 전술한 대로 윤리의 기준은 바뀌어 갈 것이며, 미래의 우리 역시 '늘 현재만을 살아가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과거-현재'에서 '현재-미래'까지 사고의 폭을 확장시켰다면, 이제는 여기까지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의 우리가 과거의 우리가 되는 순간은 필연적으로 도래할 수밖에 없으며, 현재의 우리가 과거의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듯, 미래의 우리 역시 현재의 우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는 무시할 수 없는 범세계적 지구촌 문제에 직면해 있다. 지구온난화, 전쟁, 쓰레기, 플라스틱, 에너지, 인종차별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사회적/경제적 문제들이 있다. 우리는 이것들이 이미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복합적인 문제들이기 때문에 해결하지 못한다. 우리는 현실을 인지하고 인정함으로써 현재의 우리에게 크나큰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지 않는다. 하지만 미래의 우리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나쁜 걸 알면서 왜 고치지 않았지?'라고 생각하고, 우리의 시대를 비윤리적/비문명적 시대라고 비난할 수 있다.

이제 저자와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눈치챘을 수도 있겠다.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값만을 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윤리의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이미 우리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과거를 조금 더 면밀히 들여다보고, 현재의 우리에게 조금 더 겸손해지라고 말할 필요가 있다. 미래의 우리가 현재의 우리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게끔.

다른 이야기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른 윤리 인식 차이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바로 고전을 읽는 것이다. 몇백 년에서 몇십 년 전에 쓰인 고전들을 읽다 보면 현재의 윤리적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것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미국 고전에 아무렇지 않게 등장하는 노예), 고전 적응기에는 이 부분들에 적응을 못해 독서가 즐겁지 않을 수 있겠지만 읽으면서 그 당시의 시대상을 이해하다 보면 굳이 윤리적 혐오감을 느낄 필요 자체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냥 개인적인 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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