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레논의 말
켄 로런스 지음, 이승열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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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And in the end, the love you take is equal to the love you make.

결국 당신이 받은 사랑은 당신이 베푼 사랑과 같아요.

23p

후대에도 길이 남을 레전드 오브 레전드 비틀스. 그 레전드 비틀스의 레전드 존 레논. 그의 말, 그를 향한 말들을 보니 역시 성공한 괴짜는 뭔가 다르구나 하면서도 뛰어난 화술에 놀랐다. 그리고 씁쓸했다. 슈퍼스타로서의 삶이 얼마나 고달픈지, 얼마나 힘든지가 그의 능청스러운 인터뷰들에 녹아 있었다. 물론 존 레논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았지만 '비틀스의 존 레논'이 아닌 '존 레논'으로 지낸 시간은 기가 막히게 짧았을 것이다. 그는 스스로를 위해 공격적이며 유쾌한 화법을 구사했고, 그 때문에 더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보고자 하면, 챔프먼에게 총을 맞아 죽은 그의 최후조차도 작품처럼 느껴진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왠지 모르게 평범한 죽음은 존 레논에게 어울리지 않았을 것 같다. 대사건으로 그의 삶이 종지부 찍어지는 것이 화려한 슈퍼스타의 삶을 살았고 세계의 평화를 꿈꾸던 혁명가의 삶을 더 퀄리티 있게 만들어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의 죽음은 너무나도 안타깝다. 그가 그때 죽지 않았다면, 세상의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끼쳤으리라 생각한다.

I don`t want people taking things from me that aren`t really me. They make you something that they want to make you, that isn`t really you. They come and talk to fine answers, but they`re their answers, not us. We`re not Beatles to each other, you konw. It`s joke to us. If we`re going out the door of the hotel, we say, "Right! Beatle John! Beatle George now! Come on, let`s go!" We don`t put on a false front or anything. But we just know that leaving the door, we turn into Beatles because everybody looking at us sees the Beatles. We`re not the Beatles at all. We`re just us.

사람들이 생각하는 존 레논은 내 안에 없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원하는 허상을 만들고 그것을 진짜라고 착각한다. 우리에게 와서 비틀스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원하는 비틀스의 허상에 대한 답이지, 진짜 우리에 대한 답은 아니다. 우리 네 사람이 일상적으로 서로를 대할 때는 사람들의 눈에 비친 비틀스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가끔 호텔 문을 나설 때면 이렇게 장난친다. "난 비틀스 1호 존! 그래! 비틀스 3호 조지! 자! 가자!" 밖엔 비틀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그냥 장난삼아 그들이 원하는 비틀스로 변신해주는 거다. 코스프레를 하거나 가식을 떨 필요는 없다. 우린 그냥 우리인데, 사람들의 눈엔 비틀스만 보일 뿐이다.

 

40p

마치 비틀스라서 할 수 있는 말처럼 보이지만, 레논의 이 말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이 말에서 '존 레논'과 '비틀스'를 자신의 이름으로 대체해서 문장을 읽어 보면, 그냥 우리의 삶이다. 우리는 그 누구에게도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다. 우리의 내면에는 자신의 주변 인물 수만큼의 가면이 있고, 그 사람을 대할 때에 알맞은 가면을 꺼내 쓰는 것뿐이다. 자식의 아버지일 때, 직장 상사일 때, 직장 후배일 때, 부모님의 자식일 때, 상대방의 친한 친구일 때, 상대방의 그저 그런 친구일 때.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가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진정한 '나'는 어디에 있을까? 나는 그런 가면을 가지고 있는 내가 진정한 나라고 생각한다. 그 가면이 '진정한 나'의 일부분이 아닐까? 그 일부분들이 합쳐서 나를 이루는 것이고, 그 일부분에 대한 평판이 합쳐져 '주변인들이 보는 나'가 생기는 게 아닐까. 레논의 이 말을 보고 문득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됐다. 나는 실제로 가면을 쓰고 산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산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에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 하는 사람은 아마 거짓말이 아닐까. 그런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을까?

He has too many of the wrong ambitions, and his energy is too often misplaced.

이 학생은 엇나간 목표가 너무 많아서 엉뚱한 데 기력을 소진하고 있습니다.

 

249p

 

학창시절 선생님의 한 마디로 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 데이터가 한정돼 있기에 감히 판단해 본다. 역시 레논은 평범한 소년이 아니었나 보다. 궁금하다. 과연 그가 어릴 적 꿈꾸던 wrong ambitions가 뭘까? 후에 그의 일생을 생각해 본다면, 지구 평화 같은 게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지구 평화를 잘못된 야망이라 생각한 건가? 지구 정복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사실 비틀스는 내 세대의 인물들이 아니라 잘 모르고 있었다. 세계가 기억하고 주목했던 슈퍼스타들이라는 것과 존 레논이 마크 챔프먼에게 살해당한 정도, 딱 그 정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몇십 년 간 레논이 해 왔던 말, 그에 대한 평판들을 접하니 그 당시 비틀스 팬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비틀스는 지금 나와도 엄청나게 유니크한 그룹일 것이다 필시.

비틀스는 전설이다. 적어도 내가 아는 뮤지션들 중에서는 전설이라는 말에 가장 적합한 뮤지션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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