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의 밤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박솔뫼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 컸는데도 그런 영향이 있는 거예요 사람에게는.

사람은 다 커도 그렇게 영향을 받고 잊어버리고 변하고 그러는 거예요.

105p

지극히 평범한 부산에서 일어나는 두 여자의 이야기이지만, 그녀들은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닌 채로 존재하고 있었다. 내가 이들을 평범하지 않다고 말하면, 이 책이 전하는 의도를 어긋나는 것이겠지만, 감히 그들은 '현대 사회의 관점'에서 본다면 확실히 보통 사람으로 보이기는 힘들 것이다.

성 전환자와 사이비교에 몸담은 사람. 당신이 이 두 개 중에 하나에 속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이 워드를 보고 아무런 편견을 가지지 않는다면 그건 가식이다. 단언할 수 있다. 성 전환자라서, 사이비교 신자라서 우리가 그것을 의식하고 배려하는 행위조차도 '보통이 아니라는 인식' 속에서 온 것이란 걸 그 누가 부정할 수 있으랴. 당신이 '아, 나는 그 사람이 그렇다고 해서 나쁘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난 편견이 없는 사람이아!'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소리다. 좋게 생각하든, 나쁘게 생각하든 이미 편견이 한차례 사고 회로를 거쳐간 결과다.

이러한 행위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배려는 숭고하며 희생적인 행위다. 칭찬받아 마땅한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과연 성 전환자와 사이비교 신자였던 사람이 보통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이 현실성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도의적으로, 인간적으로 우리는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마땅하다. 그걸 누가 모를까. 편견에 사로잡힌 몇몇의 사람들만이 그들을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비난할 뿐이다. 이러한 잘못된 행위들은 그들이 우리 사회 속에 존재하는 '소수'이자 '이상'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그들을 특별하게 인식하고 배려하는 행위도 '소수'이자 '이상'이기 때문이 틀림이 없다.

단언컨대 절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다. 성 전환자 혹은 사이비교 신자들이 사회의 다수가 되지 않는 이상 그들이 보통이 아닌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확률은 지극히 적다. 냉정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사탕 발린 말 따위는 하기 싫다. 무책임하게 그들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장담하지도 못하고, 긍정적이라고 말해줄 수도 없다. 당연히 우리 스스로 생각하는 '보통 사람'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성 전환자나 사이비교 출신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회의 주류에서 벗어난 무엇이 되고자 한다면, 특히 한국에서, 자신이 보통이 아닌 사람으로 보일 거라는 각오는 필수적이다. 아무리 하소연하고 호소해도 '사회의 비주류'인 이상 고정관념이 바뀌는 건 정말 쉽지 않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추상적 관념 중 하나가 바로 '보통'이라고 생각한다.

이놈의 보통. 지긋지긋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