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잘 다녀와 + 잘 지내니 - 전2권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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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것도 없다는 건 아무것도 아닌 거야.

뭐랄까, 위로를 강제로 주입받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것이 안 좋다는 것이 아니라 묘한 느낌이 든다. 힘들지 않은데 내가 힘든 사람의 입장에서 책을 읽는 것 같았다. 굉장히 짧은 분량의 소설이기 때문에 흥미 위주의 독서가 되지는 않았다. 책을 빠르게 읽어나가는 나에게는 미스매칭인 책이 아니었나 싶다. 책을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 사람들에게는 참 안성맞춤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의 트렌드를 철저하게 반영한 우화라는 게 나의 한 줄 평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동물들은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떠나고 싶은 개미와 하늘을 날고 싶은 코끼리 등이 그러하다. 하지만 이들은 혼자가 아니다. 극한의 순수함으로 각자의 위기 아닌 위기를 치유해준다. 사실 읽은 지 몇 시간 되지 않았음에도 스토리가 잘 기억이 안 난다. 이렇게 짧은 책에 비슷한 패턴의 에피소드가 수십 개가 진행되기 때문인 거 같기도 하고, 애초에 스토리에 힘을 주는 책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어떤 동물이 무슨 고민을 가졌고, 어떻게 위로를 받았고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잘 지내니'와 '잘 다녀와'라는 말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이 두 문장 모두 '시작하는' 말이다. 그리고 안 해도 되는 '부가적인' 말이다. 하지만 이 문장들이 가진 힘을 생각해보자니, 전혀 부가적인 말은 아닌 거 같다.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못했던 친구에게 오는 '잘 지내니?'라는 메세지와 오늘도 힘든 하루를 보내기 위해 출근 또는 등교를 하는 나를 위해 건네주는 '잘 다녀와'. 글로만 썼는데도 뭔가 기분이 좋아진다. 정말이지 생각해보니 큰 힘을 가진 문장들이었다. 동시에 나는 하지 못하고 있던 말들이었다. 나는 원래 연락을 잘 안 하는 사람이라는 핑계로 오랜 친구들에게 '잘 지내니'라는 이 네 음절을 쓰지 않고 있었다.

이게 과연 필요한 것일까? 라는 질문부터 돌아가야 하겠지만,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안 하는 것보단 좋은 것이란 건 알 것 같다. 내가 바뀌어야 하는 건가 고심하게 된다. 이런 고민을 해봐도 결국 쉽게 바뀌지 않을 거라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그것이 부질없다고 판단했던 나의 사고에 약간의 충격을 줬음은 분명하다. 나의 그 연락이 누구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으며,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아닌 경우도 많겠지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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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들에게만 집중했던 나의 삶인데, 나의 시야를 조금 더 넓혀야 하는 것일까? 모르겠다 나는. 적어도 지금이 행복하지 않지는 않다. 만약 내가 오랜 친구에게 선뜻 '잘 지내니?'라고 메세지를 보낼 수 있는 사람이 돼서 지금보다 더 행복할 수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당장 메세지를 보낼 것 같다. 하지만 아직은 확신이 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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