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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 온다 ㅣ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절대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
사와무라 이치의 보기왕이 온다
이혼이 수치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아이가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자들과 관계를 맺고 싶지 않다. 아이가 없는 건 이상하다, 그것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자들과는.
괴물이나 요괴가 나오는 책을 읽고자 하면, 나는 본능적으로 그 근원을 찾아보려 노력한다. 대개 그곳에 작가가 책을 통해 표현하려고 하는 것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나의 예상과 범주 안에서는 신선한 책은 아니었다만, 나를 겁먹게 함에 있어서는 유일무이하게 신선했던 책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내가 일본 문학을 좋아하는 것은 장르를 불문하고 대부분 사회적인 내용으로 귀결되기 때문인데, 이상하게도 그런 패턴에는 매너리즘을 전혀 느끼지 못하겠다. 작가마다 책이라는 매개체와 사회라는 추상적이고 주관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 환상의 콜라보 때문일까, 사회소설로서의 책들은 절대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 구현에 있어서 어설프거나 너무 억지스러울 경우에 나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뿐이다.
그렇다면 이 <보기왕이 온다>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역시 그것은 만연한 가정폭력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존재했던 신체적 폭력에서부터 현대에 존재하는 스트레스를 주는 정신적 폭력까지 전부다 포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보기왕이라는 괴물의 존재 당위성은 이런 사회적 문제의 제기로 성공적으로 확보했다고 볼 수 있겠다.
귀신이나 괴물이 나오는 책을 읽지 않았던 터라, 오로지 공포의 대상이자 괴물로서 존재하는 보기왕에게 명확한 실체성을 바랐던 게 아닐까 싶다. 소설을 읽고 있으면서도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몰입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이빨괴물이라..
일단 스토리를 구성함에 있어서 1부, 2부, 3부 화자를 다르게 한 것은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본다. 과거만의 가정폭력의 코드를 2부의 가나 시점으로 현대의 가정폭력의 실상을 잘 보여줄 수 있었고, 현대 사람들이 결혼과 출산에 대한 시선을 꼬집는 3부의 노자키 시점도 아주 좋았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영화로 나오면 진국일 거 같다. 읽으면서 텍스트들의 영상화를 상상해봤는데 끔찍하다. 그래서 괴물이 등장한 부분은 눈이 빠르게 굴러갔다. 이 책 덕분에 알았다. 나는 공포호러소설의 타입이랑은 안 맞는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별로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바쁜 나날 속에서 나름의 힐링(?!) 역할도 철저히 수행했을 뿐만 아니라, 나의 최애 코드인 사회적 문제를 다뤘기 때문이다. 내가 무서운 책을 읽어본 게 미쓰다 신조의 <작자미상> 뿐인데, 개인적으로 <작자미상>이 더 무서웠다. 그 차이는 실체하지 않는 귀신이 나오고, 이건 실체하는 괴물이 나왔기 때문이리라. 굳이 비교를 하자니 저 책이랑 했지만 둘 다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