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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여름휴가
안녕달 글.그림 / 창비 / 2016년 7월
평점 :
할머니를 생각하는 손자의 따뜻한 마음, 안녕달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더해진 할머니의 여름휴가
안녕달 작가의 전작 '수박 수영장'을 정말 감탄하며 보았던 터라 작가의 신작인 '할머니의 여름휴가'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그림체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책 표지에는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진 해변가에 수박을 든 수영복 차림의 할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손자가 선물해 준 소라를 통해 할머니가 여름휴가를 보낸다'는 책 소개글을 보고, 할머니가 바다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인지, 실제로 떠나는 것인지 무척이나 궁금했었는데 책 표지를 보니 궁금증이 더해졌다.
책의 그림체나 색감도 마음에 들었지만, 작가의 표현력도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데 그 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장면을 두 개 뽑아 보았다.
첫 번째는 더운 날 선풍기를 쐬고 있는 할머니가 있는 할머니의 집 모습이다.
체리색 장롱 위에 가지런히 개어 올려진 이불과 베개, 벽에 걸린 소박한 가족들의 사진, 창가 밑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화분들...
시골에 있을 법한 할머니댁의 정감 있는 모습이다.
이런 그림은 보는 나의 마음을 푸근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때도 많은 이야기거리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좋아한다.
또 할머니가 바닷가에 가서 돗자리와 양산을 펴고 앉아 있는데 갈매기들이 하나 둘 다가와 배고파 하고, 할머니가 수박을 나누어 먹는 장면은 재미있으면서도 할머니의 정이 느껴져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보게 되었다.
이 책은 바닷가를 다녀 온 손자가 할머니를 뵙고 함께 바닷가에 가고 싶어하지만, 같이 가지 못하는 할머니를 위해 바닷가에서 가지고 온 소라를 주는 것으로 부터 시작한다.
할머니를 생각하는 손자의 따뜻한 마음이 참 아름답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할머니가 위의 그림처럼 진짜 바닷가로 여름휴가를 가는 것이다. 몸이 불편한 할머니가 어떻게 바닷가에 가실 수 있었을까?
여기에 전작에서도 빛을 발했던 안녕달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동원된다.
수박 수영장처럼, 이야기로만 들었을 땐 허무맹랑한 것 같지만 책을 보면 정말 그럴듯한 느낌을 받는 것 처럼, 이 책에서도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할머니를 여름 햇살 따가운 해변가로 데리고 간다.
그곳에서 할머니가 어떻게 휴가를 즐기는지, 무엇을 가지고 돌아 왔는지는 책을 통해 확인하시길 바란다. 스포일러가 있는 영화는 재미가 반감되듯이, 이 책도 독자 스스로 상상을 하며 읽으면 훨씬 흥미로울테니까...
우리 아이가 읽기에는 수준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보자마자 관심을 가지길래 읽어주니 끝까지 흥미롭게 본다. 다 읽고 나서 바로 한번 더 읽어줬는데도 여전히 집중하면서 잘 본다. 두 살 아이에게도 그림과 이야기가 와닿았나보다.
두 권의 책을 통해 이미 나는 이 작가의 팬이 되었다.
예년과 다른 무더위에 지치는 요즘, 반전 돋게도 가슴 따뜻한 이야기에 더위를 잊게 된다.
믿고 보는 그림책 작가가 생겨서 참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