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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입니다 배민 합니다 - 2022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ㅣ 걷는사람 에세이 16
이병철 지음 / 걷는사람 / 2022년 8월
평점 :
품절

공부를 많이 해서
실업계 고등학교 지하실에서 납땜할 땐 전문대를 들어가는 것이 꿈이었고, 전문대에서 시를 쓸 땐 4년제 대학교에 편입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였고,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해서는 대학원 문턱이 한없이 높아 보였고,
두 번 떨어지고 군대 다녀와서 3번 만에 붙은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서 박사 과정을 마치고 논문까지 마무리 했다. 납땜하던 서초공고에서 박사모를 쓴 한양대학교 교정까지 걸린 시간은 18년이었다.
박사 학위를 받자마자 지원한 한국연구재단 '박사 후 국내 연수' 연구원에 선정됐을 때만 해도 앞길을 꽃길 같았다. 2년동안 고정 급여가 지급되고 4대보험 지원도 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10년 동안 살던 서울 남현동의 반지하 원룸에서 벗어나 경기도 안양의 전셋집으로 갈 수 있었다. 작은 빌라이지만 널찍한 야외 테라스가 있어서 파티도 할 수 있었고,
빨래도 널 수 있었다.
박사 후 국내 연수가 종료되면서 월 고정수입의 60%가 없어졌다. 시간강사를 속칭 보따리장수라고 한다.
이유는 이 학교 저 학교를 떠돌아다니며 강의 시수대로 급여를 받기 때문이다.
세 학교에서 수업 다섯 개를 맡았는데, 시간당 강의료는 35,000원 불과했다.
신문과 잡지에 글도 연재하였는데, 이 것을 포함해도 월 20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18년이란 시간동안 열심히 공부하면서 살아왔는데 박사 후 국내 연수가 끝나고 나서 시간강사에 원고료까지 해도 월 2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니 허무할 것 같기도 하다.
열심히 공부를 해서 좋은 대학만 나오면 성공할 수 있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여기서의 성공은 물질적인 성공이다.
이 책에서도 그렇고 주변을 봐도 좋은 대학만 나왔다고 성공한다라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좋은 대학을 나오면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올라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좋은 곳에, 더 많은 곳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니까.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성공과 직결되는 건 많이 사라진 것 같아서 어떤 면에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빠듯하다보니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찾게 되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보니
문학 과외라는 학교 밖에서의 사교육을 하기가 좀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였다. 당근마켓에서 2006년식 낡은 스쿠터를 40만원에 구입했고 구청에 가 번호판을 달았다.
이렇게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배달 라이더들 사고가 많은 요즘이다보니
엄마는 공부를 그렇게 많이 했으면서 할 일이 그것박레 없냐고 말하셨고 나는 공부를 많이 해서 할 일이 이것밖에 없다고 저자는 대답했다.

배달 계급
최하위 계급으로 도보 배달러가 있다.
말 그대로 걸어서 배달하는 기사들이다.
몸이 고달파 오랜 시간 할 수 없다. 당연히 수입은 그만큼 작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도보 배달을 하고 있다. 회사에서 점심을 자주 시켜먹는데 가까운 곳에 있는 음식점에서 배달을 시킬 경우, 도보로 배달해주시는 분으로부터 음식을 수령한다.
주로 운동 삼아서 하는 분들이 많다고한다.
나도 한번 해볼까? 했었다. 일이 많아지다보니
야근때문에 현재 하기 어렵지만, 날씨가 좀 더 선선해지고 야근이 덜해지면 한번 해보고 싶다.
중하위 계급으로는 자전거 배달러, 킥보드 배달러가 있다. 중상위 계급으로는 자가 차량 배달러가 있다.
자가 차량 배달러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로 정체에 취약하다. 만약에 러시아워때 걸린다면 오토바이로 5분 걸리지만 자동차로 30분이 걸릴 수도 있다. 주차 문제 또한 있다.
그래서 최상위 계급은 오토바이이다.
막힌 도로나 골목에서 빠져나갈 수 있고 이동이 신속하며 주차나 아파트 단지 출입 또한 자유롭다.
하지만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큰 단점이 있다. 물론 재미로 계급을 나눠봤지만, 배달에는 계급이 없다.
취미든, 운동삼아든, 투잡이든, 절실한 밥벌이로 하든
다들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한 번에 한 집만
쿠팡이츠, 배민원과 같은 단건 배달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이 단건 배달의 경우, 라이더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위에서 말했듯이 점심을 거의 배달을 시켜먹는데, 쿠팡이츠와 배민원을 주로 이용한다.
점심시간이다보니 단건 배달이 아닌 경우 최악의 경우 1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이 점 때문에 단건 배달을 한다.
단건 배달의 경우, 배달비가 더 비싸다.
라이더의 입장에서는 여러 개의 배달을 묶어서 하는 배달이 좋을 것이고, 손님 입장에서는 빠르게 배송이 오는 단건 배달이 좋다. 이를 절충하기 위해 묶음 배달에 비해 단건 배달료가 더 비싸다. 이를 알지만, 시간단축이라는 편의를 위해 비용을 더 지불한다.
책에 단건 배송인데 다른 배송과 함께 갔다가 손님이 항의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이 일로 인해 저자는 묶음 배달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한다.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배달이 오기만을 설레어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해서는 안 될 짓을 하지 않기 위해서 한 번에 한 집만 가자.
이런 에피소드 외에도 레모네이드 배달 관련된 이야기, 피자집인데 육회를 파는 등 간판과 다른 음식들을 다양하게 파는 이야기, 만나서 현금결제를 통한 이야기 등등 재미있기도 하고 웃픈? 이야기도 담겨있다.
배달 일을 해보지 않았지만, 책을 통해 어느 정도 배달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다른 음식점들에 비해 프랜차이즈를 꺼려한다는 점이나 딸배, 딸배충이라는 배달하시는 분들을 낮게 부르는 은어가 있다는 것 등
직접 배달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들을 알게 되었다. 배달하시는 분들이 있기에 맛있는 음식을 직접가는 불편함 없이 편하게 먹을 수 있기에 감사하다.
빨리 와달라고 재촉하기보다는 천천히 안전하게 배달해달라고 하는 마음을 가지기를.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남긴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