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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벽까지
황영치 지음, 정미영 옮김 / 품(도서출판) / 2019년 11월
평점 :
한국정부가 조작했던 재일조선인 간첩사건들은 그저 '사건'으로만 알려져 있고, 역사책에도 자세히 없다. 이 소설은 그 '사건'이 어떠한 것이었는지를 피해자 가족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한다. 재일조선인 차별이 심한 일본에 살면서 아버지의 구명운동을 위해 재일조선인임을 언제나 커밍아웃 해야하고, 구명운동을 하는 것이 어떻게 위협이 되는 것인지, 몇십년을 '양심수'로 살아내고 있는 사람을 옆에서 지켜보는 일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사실은 한국사회에서 '침묵'으로 존재해 왔던 목소리가 이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왔다.
작가도, 작중의 인물인 '나'도 일본어를 넘어, 국경을 넘어 목소리를 보내 온 이 소설을, 이제서야 읽고, 아무것도 모르고 그들의 목소리도, 역사도 모른채 살아왔던 나야말로 그 '벽'이 아니었나, 그 벽을 지탱하던 구성원 중 하나가 아니었나 반성해본다.
한국사회와 남북관계의 변화가 재일조선인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이 소설 보면 알 수 있다. 한국 사회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을 빼놓지 않고 소설 속에서 다루어주고 있어서 내가 그 시절에 '재일조선인'을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살아왔음을 깨달을 수 있고, 반대로 내 옆에 언제나 존재하고 있었던 사람들이 재일조선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황영치라는 소설가 이름 처음 봤는데, 한국에도 <전야>라는 소설이 번역되어 있었다. 더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품>출판사 책 다 샀다. 정미영 번역가 선생님의 다음 번역도 너무너무 기다려진다. 흥하세요요 <품>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