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에 조선중앙일보에 연재되었다가 41년에 단행본으로 간행된 책. 35년 12월에 이기영이 출감하고 1월부터 곧바로 연재한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식민지 현실을 혼자서 바꿀 수 없다는 실감을 한 인간의 몸부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철학자인 현호가 기행을 하는 모습이 예전에 읽은 30년대 말 박태원 단편 소설 속에 나왔던 지식인이 한여름에 코트를 입고 거리에 서 있던 기행을 생각 나게 한다.  


식민지기 지식인이 감각했던 상황을 이미지 같은 걸로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백골의 행진'과 같은 이미지는 식민주의와 '좀비' 이미지와 관련해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상물림 철학자 현호가 '노동'을 하며 '손의 철학'을 역설한다. 식민지 상황에서 가지고 있던 모든 재산을 다 원하는 사람에게 주어버린다. 


"내 자신의 책임이 더 큽니다. 진리가 명령하는 양심의 가책이 더 괴롭습니다.(345)"

"그렇다면 자기는 아무리 참된 진리를 말하고 천만언의 웅변을 그들에게 들려 준댔자 그들은 모두 미친소리로만 듣고 말 것 아닌가"(57)

같은 의미심장한 문장들이 많이 나온다. 답답한 상황 속에서 노동을 통해 막막한 길을 찾아보려고 하는 사람의 힘듦 같은게 전해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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