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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 한국근현대민족문학총서 5/이기영선집 4
이기영 / 풀빛 / 1989년 6월
평점 :
품절
1940년~42년 사이에 쓰인 작품.
1880년대부터 1910년 전까지가 시간적 배경인 듯하다. 그러나 시간적 배경과 사회적 상황이 자세하게 이 작품 속 마을에 침투하지는 않는다. <땅>, <고향>, <민촌> 달아서 읽다가, 마름 입장에서 서사가 진행되는 <봄> 읽으니까 좀 적응이 안됐다. 아주 긍정적으로 얘기해주면, 식민지 되기 직전까지 조선의 부르주아 계층이 어떻게 몰락해 갔는지를 그려주었다(?)고 할 수 있을까?
<봄>에서 눈에 띄는 점은 농촌 동네에 성인 남성과 아동 남성 사이의 뭔가 퀴어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나온다는 것이다. 여자처럼 예쁜 소년을 여성처럼 대하거나 성인 남성이 소년을 안고 자고 그런 관계들이 공공연하게 인정되는 모습들?이 나온다.
책 뒷부분의 해설에서는 주인공인 ‘석림’이 소년기를 보내지만 성인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 작품이 창작된 시대적 한계로 논의되고 있다. 주체가 될 수 없는 식민지 남성을 동성애와 성장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그려낸 것인가 추측해 본다.
40년대, 전망이 없는 시기의 소설쓰기란 어떤 것이었을까. 식민지가 되기 전의 세계를 되돌아보아도 전망은 발견할 수 없고, 다양한 풍속들만이 가득하게 늘어져 있는 세계가 펼쳐지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