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시인 임화>는 87년에 한국에 번역되었다. 53년 이북에서 남로당계 인사들이 숙청당할 때 같이 숙청 당한 임화의 진술서와 판결문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해방직후와 월북하기 직전까지의 임화가 어떤 생각을 했을까?가 소설의 주요 내용이다.

 

한국문학사의 중요한 인물이 이른바 '미제스파이'였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게 발목을 잡았던 것이 식민지 시기의 '친일'이었다고 세이초는 쓰고 있다. 좀.... 짜증나던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재밌다고 생각했던 것은 나처럼 읽으며 짜증이 났는지 번역자가 역자주를 여기 저기 달아놓은 것이었다. 예를 들면 이 부분은 틀렸다라거나 마쓰모토 세이초가 한국 문단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쩌구 하는 각주가 달려 있었는데, 뭔가 한국 작가와 일본 소설가 사이의 논쟁처럼도 느껴졌다.

 

야튼 임화를 몸과 정신이 연약한 미제 스파이로 그려놨으니, 이후에 가족이 봤으면 소송이라도 걸었으련만,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 이 소설이 연재되고 있을 때 한국 문인들은 일본어로 된 이 소설을 읽고 많이 화를 냈다고도 한다. 대중들은 이 소설에 대해서 알 수가 없었던 듯. 그래서 87년에서야 번역됐겠지.... GHQ가 일본의 검은 안개를 만드는 범인이라고 그렸던 사람이니 80년대 반미운동과 함꼐 번역된 것인지, 88년 해금되는 카프 문학과 문인들의 작품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한편, 일본 작가에게 해방기의 문인 지도자가 '미제 스파이'로 그려지는 것이 빈정상하는 느낌이기도 했다. 대놓고 미제 스파이 조선인 지식인을 그릴 수 있어서 세이초는 좋았을까? <일본의 검은 안개>에도 이렇게 대놓고 GHQ나 미제 스파이 없기만 해봐라...(아직 안읽음)

 

번역자 김병걸의 약력을 보면 24년 함남 이원 출생,63년 현대문학으로 데뷔, 74년 공무원법 위반으로 경기공업전문대 해임이라고 쓰여져 있는데, 이 분의 이력이나 삶도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