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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 성매매라는 착취와 폭력에서 살아남은 한 여성의 용감한 기록
봄날 지음 / 반비 / 2019년 11월
평점 :
10대에 공장으로 성매매 업소로 몰리게 된 여성이 긴 터널을 지나 어떻게 그 곳을 벗어나게 되는지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분노하며 써내려간 책이다.
1부가 성매매 업소로 유입되어, 그곳에서 나오게 되는 마지막 장면으로 끝나는데, 여성이 향하는 곳은 '집'이었다. 그녀는 그곳밖에 몰랐을 것이다. 우리 기억 속에서 '집'은 따뜻하게 우리를 반겨주는 곳이니까. 그러나 현실의 '집'은 우리가 늘 그리는 그 '집'이 아니다. 가끔, 집에 있을 때에도 '아~ 집에 가고싶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니까. 그녀가 마지막에 '집'으로 향할 때,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4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자신의 삶을 지배해 온 성매매 루트를 한줄한줄 다시 되새김하며 썼을 필자를 생각하면, 얼마나 고통스러워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업소와 업자에 대한 분노, 그런 성매매 시스템을 굴리고 있는 사회와 국가에 대한 분노가 함께 치밀었다. 이런 시스템 자체가 낳은 것이 n번방일 것이다.
성매매를 없애는 것은 성매매 여성 단속이 아니라 성매매 여성을 착취하는 것이 일종의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한국사회와 국가 전체를 바꾸는 것으로 가능할 것이다. 업소에 대한 분노는 그 시작일 뿐이다. 국가는 성매매 여성을 착취하는 시스템을 그냥 두고 그 시스템 속에서 정치와 법이 집행되어 왔다는 것을 인정하고, 여성착취에 대한 책임을 국가는 반드시 져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