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곤충만 보면 질색을 하던 딸아이, 갈수록 증세가 심해지더니 요즘엔 나무 가까이에도 잘 가려하지 않는다. 거미나 풀벌레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나. 자연히 과학 과목중에도 생물 부분을 싫어한다. 5학년이 되면서 과학 첫단원이 바로 ‘환경과 생물’. 여전히 과학시간을 부담스러워 한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처럼 책을 통해서나마 곤충과 좀 친해졌으면 하는 마음에 이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과학교과서에 ‘기생관계’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어 더욱 기대가 되었다. 표지부터 너무나 선명한 그림에 아이는 기겁을 하기도 했다. 기생생물이 숙주의 몸에 알을 낳고 그알이 숙주를 잡아먹으며 커나가는 모습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한장한장 넘기다보니 마치 과학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흥미로웠다. 이런 기생생물은 곤충이나 동물 뿐 만 아니라 사람도 예외 없이 공격하고 있었다. 이미 잘알려진 쥐벼룩이 옮기는 페스트로 중세 유럽인구의 1/3인 2,5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모기의 침샘에 있던 말라리아 원충이 사람에게 옮겨져 매년 약 2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침노린재에 물린 사람 몸속으로 들어간 편모충은 샤가스병을 잃으키는데,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매년 약 5만명의 사람이 이병으로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기생생물의 생활방식을 보면 너무나 야비하고 잔인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특정 생물의 개체수가 지나치게 늘어나는 것을 막는 자연의 법칙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자연생태계가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는 방식의 하나로서 '기생’을 이해하게 된 것같다. 머리말에 나와 있듯이 박물관에 있는 것만이 문화재는 아니다. 오늘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생물들이 바로 살아있는 문화재이며, 이들이 바로 자연의 건강을 지켜주는 파수꾼임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아이랑 우리집 주변에 있는 곤충들을 잘 관찰해보고 싶었는데, 내켜하질 않아서 포기했다. 대신에 아이가 좋아하는 찰흙으로 ‘기생벌의 번데기와 나방 애벌레’를 만들어 보았다. 기생벌의 애벌레가 숙주인 나방 애벌레의 몸에 번데기를 만든 모습입니다. 사진이 너무나 생생해서 좀 끔찍하기도 하지만 기생관계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사진입니다. 고무찰흙으로 먼저 나방 애벌레의 몸통을 만듭니다. 가는 철사로 몸통에 난 털을 표현합니다. 기생벌의 번데기를 하얗게 만들어 철사를 이용해 몸통에 꽂았습니다. 기생벌의 애벌레가 숙주의 몸속으로 파고든 자리는 주황색으로 표현했습니다. 완성된 나방 애벌레의 모습. 진짜 벌레였다면 절대 손바닥에 올려놓지는 못했겠죠!! 앞으로는 벌레를 싫어하진 않을 것같다는 아이의 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