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화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많은 부분이 그리스 신화와 성서에 관한 것이라 흥미롭게 볼 수 있었던 것같다. 책머리에도 서양미술에서 역사화의 의미를 ‘이야기를 그린 그림’이라고 하면서 기대를 한껏 부풀려 놓는다. 게다가 저자는 미술에 관한한 가장 능수능란한 이야기꾼 아닌가?
첫장부터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중 ‘아담의 창조’를 설명하면서 아담과 하나님의 손가락이 마주쳐 혼을 불어넣는 장면을 영화 ET의 한 장면과 비교한다.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칭찬하였다.
성서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들이 쭉 이어지는 가운데, 어렸을 적 교회에서 배웠던 성서 이야기가 하나 둘 떠올랐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끈 것은 페르낭 코르몽의 인류 최초의 살인자‘카인’이었는데, 그림속에서 묘사된 카인의 모습은 백발의 지친 원시인이었다. 성서를 그린 다른 그림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이런 원시인의 모습은 당시 고고학의 학문적 성과를 그림에 적극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그림 하나로 신화와 역사, 거기에 과학적 성과까지 다양한 방면을 아우르는 해설을 달아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저자 이주헌의 힘 아닌가 생각된다. 그는 고야의 [1808년 5월 3일]이라는 그림을 보면서 “어쩌면 (흰옷 입은 사람은)외국군대의 만행을 목격하고 분노에 떨던 고야의 영혼일지도 모릅니다. 화가는 어떤 폭력으로도 억누를 수 없는 인간의 존엄성을 이 흰옷을 입은 사람을 통해 표현했습니다.”다분히 주관적인 해설이지만, 이만큼 멋진 해설이 또 있을까! 이것이 바로 자신만의 그림 보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보니 세심한 배려도 눈에 띈다. 주제별, 사건별로 한작품을 다루고 그것과 관련된 작품까지 작은 화면에 곁들이다 보니 꽤 많은 그림을 볼 수 있다. 책을 덮을 때 쯤 되면 이제까지 본 그림들이 헷갈리기도 한다. 저자는 이점을 미리 염두에 두었는지, 독자를 위한 보너스를 잊지 않았다. 책 맨 뒤편에 걸쳐 작가별로 그림찾아보기와 화가이름 찾아보기를 두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화집으로도 손색이 없는 책이지만, 주옥같은 해설이 더 마음을 끈다. 책을 통해 알게된 우리 화가 이쾌대나 케테 콜비츠 같은 작가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생긴다. 이책을 통해 미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고 할까. 미술로 가는 넓은 길의 충실한 안내서로서 적극 추천하고픈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