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똥 땅 나라에서 온 친구 ㅣ 웅진책마을 16
박정애 지음, 임경섭 그림 / 웅진주니어 / 2006년 6월
평점 :
어린시절에 겪는 상실의 아픔은 아이에게 큰 상처가 되는 경우가 많다.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는 안타까운 경우도 생기게 된다.
갑작스런 사고로 아빠를 잃은 주영이는 주말에만 외갓집에 오시는 엄마가 왠지 서먹하다. 동생 주리는 어리광을 부리며 엄마에게 언니 잘못을 일러바치기 바쁘다. 그러면 엄마는 이유도 들어보지 않고 무조건 주영이부터 야단친다. 속상한 주영이는 이불을 쓰고 누워 아빠를 그려본다. 아빠라면 내가 때리는 것보다는 언니를 화나게 한 주리의 잘못을 나무라 셨을 거라 생각하니 아빠가 너무 그리웠다.
엄마와 떨어져 외가댁에 살고 있지만 여기서도 주영이는 이해받지 못하고 겉돈다.
“그냥도 슬픈데 먹지 않으면 더 슬프다…… 이렇게 돼지같이 먹어대는 내가 나도 미워 죽겠는데, 할머니라고 왜 안 밉겠어?”
아픈 마음을 먹을 것으로 채우려다 또다시 오해를 사게된 주영이는 절망감에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려 죽으려 한다. 그러다 무지개빛 슬라임을 만나게 되고 죽은 사람이 간다는 똥땅나라에 대해서 듣게 된다. 아빠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슬라임이 정해준 규칙을 지키기로 약속한다.
이야기는 상상대로 흘러가고 마침내 똥땅나라에 가게 된 주영이, 과연 똥땅나라에서 아빠를 만났을까? 결론은 만났다고 할 수도 없고, 만나지 못했다고 할 수도 없다. 아빠를 찾아보겠다는 주영이에게 슬라임은 말한다.
“나는 네가 똥땅나라를 구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지 아빠 찾아준다고 하지 않았어. 너도 둘러봐라. 이 많고 많은 고치들 속에서 어떻게 네 아빠를 찾겠니? 게다가 벌써 다시 태어났을 수도 있는걸.”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셨거든. 근데 난 아무 대답도 못했어. 할머니 괜찮아요, 말해드리고 싶은데…… 아빠를 한번만이라도 보고 싶은데…… 아빠 만나면, 아빠 사랑해요, 보고 싶어요, 말해주고 싶고.”
“누가 어디 있는지는 아무도 몰라. 우린 다시 태어날 시간까지 오로지 잠자고 꿈꾸고 바라고 견디고 기다리는 게 일이거든. 차라리 네가 날마다 만나는 생명들 있지? 그 생명들한테, 아빠 사랑해요, 할머니 괜찮아요, 해봐. 그 속에 네 아빠나 할머니가 있을지 모르니까.”
이 장면에서 나는 잠시 아이에게 너무 가혹한 결론이 아닐까 생각했다. 환상속에서나마 아빠품에 안겨 맘껏 위로받고 사랑받기를 바랬다. 할머니께도 의젓하게 괜찮다고 말할 수있기를 바랬다. 영원이 사랑하겠다던 친구 원식에게 까지 배신당한 아이에게 이정도 환타지는 이책이 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지만 주영이는 할머니의 마지막 길을 도와드리면서 오히려 위로와 이해를 경험하고 편지를 통해 엄마의 깊은 슬픔을 이해하게 된다. 가족에게 먼저 손을 내밀면서 함께 상처가 치유되가는 경험도 하게 된다. 슬라임과의 약속을 통해 자연 속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해내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게 되면서 자신을 사랑하게 되어 간다.
주영이는 똥땅나라의 고치들처럼 다시 태어나기 위해 자신을 꽁꽁 감싸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꿈꾸고 견디고 기다리면서 마침내 훌쩍 성장한 주영이. 이아이의 성장이 훨씬 더 미더운 것은 친구도 엄마도 돌아가신 아빠도, 신기한 똥땅나라 친구로부터 얻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껍질을 깨고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아픔없이 성장하는 것은 없다. 그래서 성장이 더 값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