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당근을 두더지와 함께 키워냈다는 이야기로 사랑받은 작가의 다음 이야기로 이번에는 수박이다. 빨갛게 잘 익은 수박과 모든 등장 인물들이 어우러진 표지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두더지의 천장을 뚫고 들어와 두더지가 알뜰살뜰 키웠던 당근과는 달리 수박은 지붕을 살짝 흔들리게 할 뿐 뿌리에서 아무 것도 생겨나지 않는다. 그러면 그럴수록 두더지는 더 열심히 정성을 다해 수박을 돌보지만 허사처럼 보인다. 사람의 일도 그러하다. 전작의 당근처럼 최선을 다했을 때 눈에 보이는 성과를 보이는 때도 있으나 이번의 수박처럼 내 눈에는 보이지 않거나 혹 지금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땅 위의 수박은 농부할아버지와 두더지의 합작으로 점점 커지고 익어가지만 결과는 농부할아버지에게만 기쁨으로 나타나고 두더지는 괴롭기만 하던 그 때, 할아버지는 숭솩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두더지와 모든 동물을 초대하고 정말 기뻐하는 두더지와 함께 빨간 수박을 나눠먹는다. 보이는 곳과 안보이는 곳에서 협업하는 우리네 삶도 함께 보여주는 작품으로 모든 연령층에게 울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