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학의 - 앞선 기술과 무역으로 백성을 이롭게 하라 파란클래식 27
손주현 지음, 정소영 그림, 박제가 원작 / 파란자전거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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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집 밖에 나가면 누구나 효자 되고 외국에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 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집에서 가장 부모님 속 썪이는 것은 나인데 밖에 나가면 해물탕 간판을 볼 때 마다 엄마랑 꼭 먹어야지 생각하게 되고, 우리 나라는 이런 것 저런 것이 제일 문제라고 불평불만 하면서 외국에 나가면 역시 우리나라 만큼 좋은 곳이 없다고, 요런 것 조런 것을 꼭 알려줘야지 생각하게 된다. 

신분고하를 떠나 여행이나 외국 방문 들이 요원하던 시절에 개혁에 대한 생각을 가진 학자가 서양문물과 새로운 사상이 넘실대던 중국에 갔을 때 감히 눈에 담아두지 않았던 물건이 없을 것이고, 감히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던 지식이 없을 것이다. 최대한 많이 보고 듣고 이해하여 최대한 빨리 전하고 가르치고 싶은 마음 한구석에는 우리의 현실에 대한 고뇌와 한숨도 함께 했을 터. 

돌아오자마자 집필을 시작했다는 박제가의 북학의는 홍대용의 의산문답을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과 유사한 파장이 있었다. 역사에 가정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만 그때 정조임금이 조금 더 오래 살았다면, 그때 농업혁신과 상공업 진흥에 대한 가치가 사회에 잘 전파되었더라면, 우리 나라는 그리고 우리 사회는 지금 또 얼마나 달라졌을까.

돈에 무지한 것을 자랑하고 돈을 천시하면서 돈을 많이 갖고 싶어하는 이율배반적인 생각들이 많은 현재의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서 대박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은 상공업은 물론 그 기반이 되는 농업을 천시하고 공자왈 맹자왈을 읊어대며 고위공직자가 되어 세상을 다스리려 하던 그 시대 사람들의 열망과 무엇이 다른가. 

벗어날 수 없는 신분제 사회에서 서자로 태어나 꿈을 펼쳐보지 못하다가, 정조임금의 등장으로 인해 세상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던 박제가의 고뇌와 변화와 변혁을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녹여있는 한편의 논설문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에 나오는 박제가의 주장은 사대부여, 장사를 하라, 소비를 장려해서 경제를 살려라, 기술을 발전시키고, 외국과 무역을 해라, 신분제도를 폐지하라 는 것이다. 대학생들에게 공시말고 창업을 하라는 외침과 우연히 겹쳐지는 것은 아닌듯한 씁쓸함이 생긴다. 그때 이후로 우리는 몇 발짝 가지 못했다는 허망함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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