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는 종족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강수정 옮김 / 예담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여자라는 종족』은 독특하다. 나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내용의 이야기였지만 새롭게 다가왔다. 이 책을 쓴 조이스 캐럴 오츠라는 생소한 이름의 작가의 이력을 찾아보았다. 역시나 아무나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최고의 단편문학상인 ‘오 헨리 문학상’을 두 차례나 받았으며, 그 외에도 각종 권위 있는 상을 수상했고, 2004년부터 영미권의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하니 글의 마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약간의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하면 너무 진부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겐 독특하면서도 매력 있는 이야기로 다가왔다. 단지, 그 내용이 ‘남자보다 더 치명적인 여자에게 도사리고 있는 섬뜩한 공포!’라는 점이 어떤 이에게는 불쾌감을 안겨 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에 있는 아홉 개의 이야기는 끈적끈적한 피의 불쾌감 보다는 오히려 건조하고 냉정한 ‘잔혹’이 담겨있다. 특별한 상황의 아홉 여성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것 같지만 실은 누구에게나 도사리고 있는 폭력성과 공포를 다루고 있다고 느꼈다.

 『여자라는 종족』은 아홉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인 여성의 심리를 대변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궁지에 몰리거나 자기 방어를 위한 여성의 심리와 폭력성을 다루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자신의 불륜을 합리화하며 살인을 저지르는 여성의 캐릭터도 있었다. 약자라 불리 우는 여성, 현실에서 많은 여성이 억압과 폭력을 당하는 사례가 보도 되고 있다. 그런 여성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살의를 품는다. 한때 사랑했던 애인을, 남편을 살인한다. 상황에 몰린 우발적인 범죄도 있지만 철저한 계획범죄도 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면 그 여성들의 범죄를 두둔하는 걸까? 하지만 소설은 여성들이 섬뜩한 마음을 먹을 수밖에 없었던 주변 상황을 잘 묘사해주고 있다. 소설을 이끌어 가는  주체가 주인공 여성인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이야기를 이끌어 감에 있어 신파도 없고, 눈물도 없었다. 아주 간결하면서도 깔끔하게 상황과 심리를 묘사한다. 그렇기에 더 섬뜩하다. 일상처럼 묘사되는 가운데 잔혹성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게 작가의 기술이 아닐까 싶다.

 여자를 주제로 하는 공포소설, 『여자라는 종족』은 여성의 심리와 잔혹성을 새롭게 다룬 이야기다. 주인공 여성 중 어느 누구도 타고난 악인은 없다. 하지만 환경은 약한 여자도 무서운 범죄자로 둔갑시킨다. 과장되게 공포를 조성하는 이야기가 아닌 일상이라 여기지만 생각할수록 무서운 이야기가 하나도 아니고 아홉이나 있으니 색다른 잔혹성을 엿보고 싶다면 읽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