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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포스 Olympos
댄 시먼스 지음, 김수연 옮김 / 베가북스 / 2009년 9월
평점 :
전편 <일리움>을 읽지 않고 『올림포스』을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 또한 그 유명세에 관심이 갔고 댄 시먼스라는 작가의 대단한 글 솜씨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미국에서도 SF문학계의 한 ‘사건’으로 유명한 그 <일리움>의 후속작이자 결말의 쥐고 있는 『올림포스』를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않는가? 그래서 만난 『올림포스』는 받는 순간 헉......하게 하는 분량의 무거운 책이었다. 이렇게 긴 이야기를 한순간도 템포를 늦추지 않고 전개해 나간 작가의 역량에 무한한 존경심을 가지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올림포스』는 처음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이미 내용을 짐작할 수 없음을 깨닫게 하기에 충분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신화 속의 신들과 트로이 전쟁의 인물들 거기다 지각력이 있는 생물인 동시에 기계인 유기체 모라벡, 그리고 고전인류............또 그 외의 중요한 역학을 하는 미지의 존재들까지.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려고 등장인물의 연관성을 생각하려해도 잘 되지 않을 만큼 수없이 많은 부류의 인물(그리고 기계와 미지의 존재들)이 존재한다. 그리스 신화와 트로이 전쟁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추어 있음에도 작가에 의해 재탄생 된 신들과 영웅들의 캐릭터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다. 『올림포스』안에서는 미래와 과거, 역사와 신화가 뒤죽박죽 한데 엉켜 시공간을 넘나들고 있다. 한 챕터마다 시공간을 달리하는 인물과 배경이 나오다가 후반으로 가면서 그 속의 인물들이 서로 같은 공간에 공존하게 되는데 책의 후반부로 넘어오기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작가의 세계로 따라와야 한다. 어느 순간 내 의지가 아닌 이끌림에 의해 『올림포스』에 빠져들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책의 복잡한 구성과 방대한 분량에 읽기 전부터 두려움을 느낄 미래의 독자들에게 망설이지 말고 책장을 넘기라고 충고하고 싶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우주라는 공간에 수많은 태양계가 있고, 그 태양계 속에 무수한 지구가 존재한다. 그 중에 진짜 지구. 그리고 화성을 배경으로 올림포스의 신들과 일리움의 영웅들 사이에 전쟁이 발생하고 그 전쟁에서 영웅들을 지원하는 모라벡이 있다. 그리고 뼈와 DNA의 재조합으로 부활한 후기인류 호켄베리가 일리움을 관찰한다. 최첨단 과학과 과거가 공존하는 일리움에서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져가고 있다. 신들간의 암투, 신과 인간의 전쟁, 고전인류들의 새로운 삶의 개척, 사랑과 배신 그리고 복수....이 모든 것이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 일어나는지 눈이 팽팽 돌 지경이지만 그 모든 사건이 꼬리를 물듯 연결되어 하나의 대 서사시가 완성되었다. 양자이동 QT와 팩스가 가능하다면 곳곳을 돌아다니며 직접 관찰하고 싶은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과학과 역사, 그리고 유머와 신화가 적절히 배치되어 있는 『올림포스』는 과연 책들 중에서 으뜸 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