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있는 암자를 찾아서
이봉수 지음 / 자연과인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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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곧 여름휴가의 시기가 온다. 어디를 갈지, 갈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태지만 여행을 다녀 올 수 있다는 기대감만으로 즐겁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가 볼 곳이 아주 많다. 아직 내 발자국이 지나온 곳보다 그렇지 않은 곳이 백만 배는 더 많을 것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목적지를 정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 계획의 즐거움은 어느새 늘어나는 짐으로 부담만 늘고 막상 밖에 나가면 교통체증과 많은 사람들로 인해 내가 원했던 달콤한 여행은 어느새 멀어져만 간다. 비슷한 시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을 나서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겪는 현상이다. 우리는 여행을 흥청망청 놀다오는 놀이쯤으로 여긴다. 그러니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 할 수밖에...

 제대로 된 여행을 떠나보자.

 테마가 있는 여행으로, 내가 계획했던 여행으로, 재충전뿐 아니라 하나를 더 얻어오는 여행으로써 길을 나서보자.

 현재의 삶을 잠시 잊고 조용히 자연에 동화되는 여행을 하고자 한다면 『섬에 있는 암자를 찾아서』를 권한다. 이 책을 통해 여행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혼자서 오지의 섬을 찾아나서는 여행을 구도의 길이라 하는 저자의 의도가 뭔지는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비로소 알게 된다. [9인의 명사 이순신을 말하다]에서 이미 만난 적이 있는 이봉수님이 여러 섬을 여행하면서 그 곳에 있는 암자를 찾아간다. 배낭하나 짊어지고 떠나는 길이다. 재미를 찾아 떠나는 길이 아니라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과 벗하고 자유를 향한 길이다. 저자가 섬을 찾아 나선 계기는 이순신 장군의 흔적을 찾아다니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것이 시발점이 되어 우리나라 곳곳의 섬들을 탐방한다. 그리고 섬에 있는 암자를 소개한다. 본인이 절실한 불자이기에 가는 곳곳마다 의미 있는 수행을 한다. 찾아가는 길 자체가 수행이고 암자에서 스님에게 듣는 말씀이 모두 공부다. 책에는 섬의 풍광과 암자의 모습을 흑백 사진으로 담고 있는데 칼라사진보다 훨씬 그 느낌을 더 살리는 듯하다. 고요하면서 힘 있는 모습들을 잘 보여준다. 간간히 실린 절의 배경이나 전설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또 저자가 여행 중 느낀 바를 시로 썼는데 곳곳에 실린 시는 저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책 한권이 하나의 풍경화처럼 조화롭고 고요하다.

 나는 불자는 아니지만 책에 있는 말들이 모두 가슴으로 받아들여졌다. 종교를 떠나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다. 내가 한때는 기도하는 불자들의 마음을 생각지 않고 절을 관광 삼아 떠들썩하게 스쳐지나간 사람이었다고 생각하니 부끄럽다. 불심을 다해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미처 생각지 못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나 많고 아름다운 섬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그곳에 암자가 존재하여 아주 오래전부터 불심이 이어져 내려왔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 기회가 된다면 그 섬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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