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찬 여행기는 소설이다. 소설은 첫째로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라오찬 여행기는 재미있다. 이 소설은 재미 뿐 아니라 그 당시의 시대상을 풍자, 비판하는 견책소설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라오찬이라는 떠돌이 의사가 각지를 다니면서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일들을 기록한 기행소설이라 흥미유발에 더 안성마춤이다. 라오찬은 여행중에 백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관리들의 횡포를 목격하게 된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백성을 괴롭히는 관리는 부정부패를 일삼는 탐관오리가 아니라 청렴한 관리이다. 이것이 이책의 또다른 재미이자 특징이다. 탐관오리가 아니라 스스로 청렴하다 여기며 아집에 싸여있는 관리가 백성들을 외면하고 더욱 혹독하게 괴롭히는 모습을 담고 있는데 라오찬은 그들을 어리석은 관리보다 더욱 비판한다. 이 소설에서 두명의 관리를 만나게 되는데 둘다 청렴을 내세워 백성을 괴롭힌다. 두번째 만나는 혹리 이야기에서는 라오찬이 수사반장이 되어 수사하는데 탐정소설같아 재미나게 읽었다. 내용중에 라오찬이 천하의 큰 난리를 예견하고 온갖 힘을 기울여 무예, 재능이 뛰어난 자들과 사귀었는데 후에 이들은 천하를 통치하는 데에는 다른 종류의 인재가 있다는 것을 깨달고 각자 흩어졌다고 한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지닌 개인이라 할지라도 무너져가는 청왕조를 바로 잡을수 없음을 한탄하는 작가의 생각이 담겨있는 듯하다. 중간에 도교, 유교, 불교를 혼합한 새로운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내용이 옆길로 새는듯하긴 했으나 작가의 사상을 엿볼 수 있었다. 북권남혁을 예언하는데 북권은 의화단 사건을 남혁은 쑨원의 혁명당을 의미한다고 한다. 여기서 작가는 남혁당원을 만나면 피하여 목숨을 부지하라고 하는데 혁명을 반대했음을 알수 있다. 이 소설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그 시대상을 담고 풍자하는 견책소설이다.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그 시대상을 알아보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제국주의 국가들의 침략과 내부 부패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청말기에 지식인들은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고 시대를 비판하는도구로 소설을 이용했다고 한다. 당시 전쟁을 사전에 철저히 준비한 일본은 전쟁준비에 무성의하고 부패한 청나라를 상대로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청일전쟁의 승리로, 그 동안의 동양 패권을 중국으로부터 일본이 넘겨받는 계기가 되었고, 대륙으로의 침략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 패전한 중국은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을 더욱 받게 되는 불운을 겪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가는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청왕조의 재기를 꾀했으나 쇄국을 주장하는 관료들의 의해 좌절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기에 청말기 사회상과 작가의 사상이 더 깊이 담겨있는듯 하다. 김용 소설을 좋아해 중국소설에 익숙한 나는 라오찬 여행기를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어려운 한자나 인물들에는 주가 달려있어 도움을 주고 있다. 작가 류어는 인물의 묘사뿐 아니라 풍경의 묘사에도 탁월하여 문학적 천재로 평가되었다고 하니 천재의 작품을 읽는 호사를 누려보는 것도 좋을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