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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당신에게
김수현 지음, Sky Kim 그림 / 샘터사 / 2021년 8월
평점 :
아름다운 당신에게 / 김수현 에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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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문장을 읽으면
당신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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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문장이다.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만 있다면야 그런 문장 죽을 때까지 읽고 싶다. 그래서 내가 알고 싶은 활자를 조합하고 책 안에서 유영하는 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더 재미있는 방법으로 자신의 즐거움을 찾겠지만 여즉 나에겐 책이 가장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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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의 어원 가설 중 하나가 앓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프도록 앓는 것과 아름다운 것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나는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 아름다움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없을 걸! 아름다운 여자, 물건, 아름다운 행동, 아름다운 말, 아름다운 문장과 낱말.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읽은 에세이. 피천득 선생님이 추천한, 제목부터 아름다운 책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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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주부이자 가구집 사장님의 짧은 일기인가보다 싶었는데, 이미 수필집을 낸 작가이시다. 어머니와 아버지, 딸과 손녀 ‘하나’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특히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마음 저릿하도록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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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아플 때마다 엄마가 어쩔 줄 몰라 하시며 “너무 아프구나. 내가 대신 아프면 좋으련만.”하고 밤새 등과 배를 쓸어내리셨다고 한다. 몸이 아플 때마다 배를 쓸어주시던 엄마 생각이 난다고.
그런 엄마를 갑자기 하늘 나라로 보내드릴 때,
“엄마, 내가 대신 아프면 좋겠어.
대신 죽으면 좋겠어.”란 말을 해드리지 못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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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이북인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늘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술을 마시고 화를 냈던 아버지.
‘너무 아프면 화가 난 사람처럼 보인다고 했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삶의 애환 앞에서 어떻게든 견디려고, 주저앉지 않으려고 힘을 주는 화난 어른들을 따뜻하게 안아드리고 싶은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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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아버지, 다른 세 남매들 속에서 다정하고 속깊게 자란 어른 같다. 마냥 속없이 다 좋은 게 아니라, 천성이 따뜻하고 남에게 넓은 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삶이 아름답냐고 묻는다면, 나는 YES. 격변의 시대 속에 혼란스러웠노라 말하지만, 삶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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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을 먹는데, 아빠가 아빠 사촌 형과 통화하는 걸 들었다. 난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이야기를 아직 기억한다는 신기함과 의문스러움이 동시에 들기 때문이고, 이야기를 하는 아빠의 사투리가 참 좋기 때문이다. 서울 사람이라면 낯설 그 억양이 나는 왜이리 좋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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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나는 기억에는 없는 작은 할아버지와 내 기억 가장 처음인 큰 할아버지의 장례가 생각났고, 아직도 정정하셔서 백수를 바라보시는 작은큰할아버지도 생각해보았다. 그래서 우리 할아버지의 형제인 세 분의 할아버지 성함도 여쭤보고 어떤 분들이셨을지 상상해 보았다. 아빠는, 나이 먹어도 할아버지한테 혼나는 것이 좋았다고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아빠를 혼낼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좋다는 뜻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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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우리도 이별을 하겠지?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어.
내가 대신 죽었으면 좋겠어.
나는 그 말을 꼭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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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5개월인 조카도, 내가 ‘아야!’하면
‘호~~~’해준다.
아플 때 ‘고모 손이 약손’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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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내 인생에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당신들’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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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팠고 앓았고 아름다웠던 나의 사람들,
그리고 그 이름들이 내가 죽을 때 새길
가장 아름다운 낱말들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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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찾으세요.
그리고 아름다운 문장을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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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누고 싶은 아름다운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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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면 엄마가 그립고 엄마가 그리우면 엄마가 만들어 준 음식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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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신 분들의 빈자리는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비어 있는 자리를 바라보지 않고 살아갈 뿐이고 명절이면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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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중 가장 아끼는 순간.
아까워서 마음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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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건 소중한 것을 정갈하게 담아 두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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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테면 오라, 다 내게로 오라.
사랑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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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깊을수록 빛의 노래가 크게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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