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경력 8년 차, 남편과 두 딸, 반려 식물과 함께 산다. 전공인 디자인을 천직으로 삼진 못했으나 일상 미학 추구에 야무지게 써먹고 있다.”저자의 이력을 읽자마자 흠칫했다. 나와 닮아도 너무 닮았다. 그럼에도 즐거운 놀람은 아니었던 이유는, 이 사람은 8년 차에 책도 썼는데 나는 뭘 하고 있는가 하는, 오랜 시간 쪄들어있던 나의 열등감 때문이었다.주부 업무라는 것에도 전문성이라는 게 있을까? 다 잘 해내서 집안이 깔끔하고 맛있는 음식을 식탁에 올리면 그건 기본. 그게 잘 안 되고 못한 티가 많이 나면 가족이라는 고객에게서 컴플레인이 오는 현실, 월급도 없고 승진도 없고 직장에서 잠도 자야 하는 고단함까지. 그럼에도 저자는 이 모든 것에 가치가 있다며 독자를 다독인다.알차게 하루하루를 채워나가는 저자의 삶을 글로 읽으며 큰 공감을 느꼈다.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집안 청소와 운동, 저녁 메뉴 고민, 독서를 비롯해 나의 것과 매우 닮은 그의 일상이 너도 너의 삶을 챙기라며 나에게 전해오는 위로가 있었다. 의미 없이 사라질 수도 있었던 짜투리 시간들의 관리법과 의미를 찾는 과정의 아름다움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용기가 스물스물 올라왔다.“경력 단절이 아니라 경력 ‘환승’이다.”여태까지는 내가 먼저 세상에 신호를 보낸 적도 없는데 공허감을 느끼고 누군가 알아주길 바랐다. 저자 말대로 사실 나는 가만히 있었기에 아무 일도 안 일어났던 것인데 말이다. 목표를 만들어 아주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겠다. 에세이인 줄 알고 읽었는데 알고 보니 자기계발서인 책이다.-도서를 제공받아 정직하게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