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인 르네 톨레다노는 역사학자 출신인 최면술사이다. 어찌 보면 참 안 어울리는 조합이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이야기의 서사를 위해 이 설정은 필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면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 전생을 보며 미래에 영향을 준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도입부에 보면 꿀벌이 사라져 식량 기근 때문에 피폐해진 미래가 최면을 통해 잠시 보여지는 부분이 있는데 정말 끔찍하다. 굶주린 사람들은 제3차 세계대전도 불사한다. 이를 막기 위해 가장 빨리 손 쓸 수 있는 바로 지금이 적기라 보인다.이 서사에 계속적으로 등장하는 최면은 단지 과거를 들여다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종이의 왼쪽과 오른쪽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그 사이를 접어 시공간이 만난다는 책 속의 묘사가 적절하게 와닿는 개념이다. 여기에 과거의 주인공과 미래의 주인공은 서로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최면 속에서 다른 시간대 다른 생의 자신을 만나는 부분도 흥미롭지만, 현재의 르네가 겪는 상황들도 박진감 있게 그려진다.1권에 걸쳐서는 꿀벌에 대한 언급이 최소로 나타나지만 마지막에 가면 본격적으로 꿀벌을 사수하기 위한 방책이 조금씩 드러난다. 양봉업자들의 안전을 위해 공격력이 약한 꿀벌들만 사육하다 보니 말벌에 맞서기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엄청난 양의 역사/현실 고증과 창의적인 이야기를 버무려 만들어진 이야기에 앞으로 다가올 인류의 미래까지도 연계되어 있어 작가의 많은 준비와 노력을 가늠케 한다. 다분히 철학적이고 역사적이면서 드라마로 가득해 흥미도 놓치지 않는 책이라 평하고 싶다.-도서를 제공 받아 정직하게 쓰여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