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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 - 제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9월
평점 :
영생, 불멸을 항상 사람들은 매혹시킨다. 우리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들이 불멸하는 젊음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어느 학자의 말이 생각난다. 그녀는 433살이다. 기축옥사에서부터 현재까지 살아온 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여인이 정말 그렇게 오래 살았는지 살지않았는지는 내가 그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 순간부터 크게 의미를 갖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다만 내가 여전히 그 이야기를 믿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불멸이 가져다주는 묘한 매력이 있다. 죽지 않는 다는 것 이 역겁의 세월들이 지나지 않고 그저 고여있다는 것, 오늘 하루를 낭비한다고 하여도 어떠한 변화도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 우리가 어떠한 일에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처럼 오랜 생을 살아가다보면 워낙 크게 세월이 고여서 여간한 바람에는 일렁이지도 않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내가 영원히 살아가게 된다면 어떨까 과연 이 순간에 집중할 수 있게 될까. 내일도 모래도 아니 100년 뒤에도 나는 지속될 것인데 몇 년쯤 흘린다고 해도 달라질 것이 없지 않은가...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라면 물 올려놓은 것이 아차 싶어서 뛰어갔다. 물이 모두 졸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