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라지지 않는 노래 ㅣ 푸른도서관 30
배봉기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5월
평점 :
그 당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을 노예 사냥과 사람들의 이야기
인간의 잔임함, 무지함, 고귀함을 느낄 수 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이스터 섬은 세계 불가사의로 유명한 모아이 석상이 있는 곳으로 900여 개의 모아이 석상이 있다. 큰 것은 무게 75t에 높이 21m에 이른다.
상식을 벗어난 규모와 수량에는 섬에 살았던 원주민에 대한 길고 긴 사연이 있었다.
이스터 섬은 그동안 나에게는 그저 신비롭고 언젠가 한 번 가볼 수 있을까 하는 꿈을 꿔본 정도인 곳이었지만, 이 책을 읽고는 역사의 한 단면을 목격할 수 있었고 인간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아주 오래전 이 섬은 지상 낙원이었다. 자급자족하며 자연을 사랑하고 필요한 것 이상은 욕심을 내지 않으며 즐겁게 사는 모습을 읽을 때 정말 멋졌다. 사람들이 이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상상도 해보았다.
그러다가 다른 부족이 나타났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과정에서 갈등과 충돌이 일어난다. 서로 화합하여 살지 못하고 파괴하고 지배하고자 하는 인간의 단면이 드러나며 섬의 역사는 어두운 그늘로 들어선다. 두 부족을 대표하는 지도자는 뚜렷하게 대비되는데 지도자의 안목이나 이상, 추진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다.
반란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남는 노동력을 석상 만드는데 쏟도록 시작한 것이 지배층을 우상화 하고, 감히 거역할 생각을 못하도록 하는 목적으로 바뀌며 점점 가혹하게 변해갔다.
피라미드 건설, 농한기 부역 뭐 세계 어느 곳이나 이런 일이 있었다.
그리고 반란, 또 반란, 혼혈족의 소외에서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노래로 다시 찾은 화해와 평화까지 이 섬의 역사는 굽이굽이쳐 처음으로 되돌아갔다.
이 섬의 역사는 인류 역사의 축소판이 아닐런지..
그리고 또 세월이 흘러 이방인의 침입과 노예 사냥으로 이 섬의 오래된 노래는 사라진 것 같았다. 노예로 팔려간 큰 노래(부족장)이 한 소년에게 노래를 들려주었고, 그 소년이 자라 언어학자가 되어 기록으로 남겼으며 우리나라의 한 교수가 도서관에서 그 기록을 찾아 작가에게 전해질 때까지 또 긴 세월이 흘렀다.
읽는 동안 안타까움과 슬픔, 분노, 인간이 벌여온 반복되는 잘못 등을 느끼며 참 답답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사라지지 않고 다시 불려지는 노래를 들으며 희망이 있음을, 그 긴 세월을 돌아 여전히 계속 되고 있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