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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해, 샘! - 양장본 ㅣ 그림책 보물창고 47
팻 허친스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전 우리 아가의 도구입니다.
장난감이 가득 들어 있는 서랍을 열고 싶을 때면 제 손을 잡고 장난감 서랍 쪽으로 갑니다. 그러면 저는 서랍을 여는 도구가 됩니다. 커다란 베란다 유리문을 지나가고 싶을 때면 저를 보며 유리문을 잡고 소리를 지릅니다. 그럴 때면 전 자동문 센서가 됩니다. 높은 곳에 있는 과일을 짚고 싶을 때면 높은 곳을 가리킨 후에 제게 양 손을 벌리고 다가옵니다. 그걸 보면 전 거중기가 되어 아기를 안아 올립니다. 침대 위에 올라가고 싶으면 침대 앞에 서서 응응~ 소리를 냅니다. 그러면 전 엘리베이터가 되어 아기를 옮겨 줍니다. 아기 그림이 있는 책을 보고 싶을 때면 제게 가져다주고는 뒷걸음치며 엉덩이를 제 무릎 쪽으로 슬쩍 밀어 넣으며 앉아버립니다. 그와 동시에 저는 책을 읽어 주는 아빠가 되어버립니다. 그 하루에도 수십 번 도구가 됩니다. 저는 말이 되기도, 엘리베이터가 되기도, 포크가 되기도, 자동문이 되기도, 오프너가 되기도, 청소기가 되기도, 물걸레가 되기도, 리모컨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도구가 될 때마다 너무 즐겁습니다. 언젠가는 우리 아기가 스스로 할 수 있을 것이고 더 이상 제가 필요 없겠죠? 저를 필요로 하는 지금 이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며 지내야겠습니다.
이 책은 생일을 맞은 샘이 받은 선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의자를 선물 받은 샘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져 즐거워하는 장면들에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그마한 일들에서 성취감을 얻게 된다면 그런 감정들이 조금씩 쌓여서 자존감을 높일 수 있고 그런 자존감들이 아이가 하고 싶은 일들을 결정할 것이고 그 일들은 크기와 범위가 점점 넓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침내 사회의 일원으로서 하나의 역할을 맡게 될 아이를 원한다면 처음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이 책을 읽은 후 전 우리 아가의 더 많은 도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샘이 받은 생일 선물인 의자처럼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