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룩거리는 코, 못마땅한 눈썹, 삐죽거리는 입, 결정적으로 의심의 눈초리로 흘겨보고 있는 무서워 보이기까지 한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게으름의 상징으로 보이는 아빠’가 그려져 있는 표지를 보면서 제목에서 내용을 알아내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우리 집 우렁이각시... 실직한 아빠의 적응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우리 사회 현실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전업주부’라는 말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어느새 ‘맞벌이’라는 말은 어색하지 않은 말이다. 경제적 상황과 여권 신장이 맞물려 있고 인적자원 활용면에서도 당연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만들어 내는 더 짙어지는 경쟁에서 내몰리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일 것이다. 내몰리는 사람이 남자건 여자건 엄마이건 아빠이건 혼자 살고 있는 사람이건 간에 그런 것들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냥 경쟁에서 밀린 사람으로 취급을 받게 된다. 이 책의 아빠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경쟁에서 밀린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생기더라도 사회는 아무런 문제없이 돌아가고 오히려 더 나은 경쟁자 덕에 더 발전할 가능성까지 갖추게 된다. 하지만 그런 가족과 함께 살게 되는 가족에게 아빠는 커다란 문제로 다가오게 된다. 삶의 질이 달라져 버리는 게 현실이다. 그러한 현실 속에서 가족구성원들이 아빠를 대하는 모습들이 안타까워 보인다. 우리 가족의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지고 있는 내가 만약 그 아빠라면 ‘어떤 심정일까? 어떻게 행동할까?’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끔찍한 일이지만 이 책에서는 아주 담담하게 표현해 놓았다. 힘들어하는 엄마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이는 아빠... 아빠의 존재감을 깨달아 가는 과정에서 딸 지수가 겪게 되는 일들... 어떻든 가장 힘든 사람은 아빠 자신일 것이다. 언젠가는 제자리를 찾아갈 아빠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것은 가족의 사랑뿐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잔잔한 바람처럼 속삭여주는 이야기를 가족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더 커지는 가족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아빠들 또한 적응해 가야할 것이다. 소외 되거나 외톨이인 아빠가 아니 가족들 속에 편안히 녹아들어 한 사람의 가족구성원으로 동화되어 가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