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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텃밭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캐시 슬랙 지음, 박민정 옮김 / 로즈윙클프레스 / 2025년 10월
평점 :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 제공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사계절]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도시에 살던 주인공 '이치코'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고향인 숲속 마을로 들어가
그곳에서 작은 텃밭을 일구고, 직접 키운 채소를 수확해
엄마가 해줬던 집 밥을 스스로 요리하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추억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사계절을 보내는 스토리다.
대사는 극히 적고 오롯이 혼자 땅을 파고 씨앗을 심으며 요리하고 먹는 장면만이
주를 이루지만 관객들로 하여금 가슴 따뜻한 감동을 느끼게 해준 힐링 영화였다.
[작은 텃밭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어떤 책인지 설명하라고 한다면
나는 서슴없이 "영화 [리틀 포레스트] 같은 책이야"라고 답하겠다.
지은이 캐시 슬랙(Kathy Slack)은
런던의 유명 글로벌 광고 회사의 기획 책임자로 일하던 중
원인 모를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으로 시달리다
텃밭을 가꾸며 채소를 재배하고 요리하는 삶을 통해
우울증을 극복한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어느 해 6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 이어지는 사계절을 매달 일기처럼 쓴 치유의 기록이다.
영국은 날씨가 자주 흐리고 비가 와서 늘 우산을 들고 다니는 신사의 나라로
표현될 만큼 교양과 매너를 중시하다 보니 사람들이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고
다소 위선적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와 함께 그만큼 우울한 장소라는 선입견이
내게 있었다.
그런데 저자가 책 속 텃밭을 이야기할 때,
활기차고 쨍하게 화창한 날씨가 연상되어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우울증을 극복한 뒤 이 책을 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의사도, 가족도, 친구도 도움이 되지 않는 깊은 좌절감에 빠졌다가
작은 텃밭으로 인해 새로운 생명력을 느끼고 일어섰으니 그럴만하다.
우울증이 특별한 사람에게만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과
텃밭을 가꾸는 일이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편안함을 준다는 저자의 말에 깊이 동의한다.

먹거리를 직접 생산한다는 건 삶의 통제권을 되찾는 일이다.
혼자 힘으로, 누구의 도움도 없이,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나는 스스로 나 자신을 위한 한 끼를 마련해 냈다.
삶에 가장 필수적인 일 중 하나를 해낸 셈이다.
스스로를 먹여 살렸다.
본문 속 이 문장이 정말 가슴에 와닿았다.
우리가 일하고 돈을 버는 궁극적 이유는 잘 먹고 건강하게 잘 살기 위함이다.
그런데 일에 치이고 인간관계가 버거워져도 멈추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삶이
때론 주객이 전도된 게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저자 '캐시'는 그런 점에서 행운아다.
자신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자연이, 신이, 삶이
그녀를 스스로 먹여 살리는 위대한 힘을 갖게 했고
그로 인해 회복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녀는 말한다.
자연은 자신의 새로운 종교와도 같다고.
채소 재배와 요리가 그녀와 자연을 연결하는 통로였다고.
어느 순간 내가 제대로 잘 살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강력 추천하고 싶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어? 소설 아냐?' 싶을 만큼 재미도 있다.
p.s. :
완성된 요리의 일러스트가 첨부되었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먹거리를 직접 생산한다는 건 삶의 통제권을 되찾는 일이다.
혼자 힘으로, 누구의 도움도 없이,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나는 스스로 나 자신을 위한 한 끼를 마련해 냈다.
삶에 가장 필수적인 일 중 하나를 해낸 셈이다.
스스로를 먹여 살렸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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