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날의 비행일지 - 기내는 사람으로 울창한 숲이다
오수영 지음 / 고어라운드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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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 제공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어느 순간 일상의 루틴이 깨지고 마음이 복잡해진 상태에서 내 손에 들어 온 한 권의 책.
오수영 작가의 에세이 [아무 날의 비행 일지]를 읽다 보니 허공을 헤매던 내 감정들이 
차분히 가라앉으며 안정되는 걸 보고 참 신기했다.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었던 꿈을 접어둔 채 10여 년간 항공사 승무원으로 근무하던 저자는 
습관처럼 써 내려간 글쓰기로 그날 그날의 비행 일지를 한 권의 책으로 출간했다.

표지에 적힌 '기내는 사람으로 울창한 숲이다.'라는 문장을 보고 
나는 단박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기내 좌석에 각기 다른 식물들이 빼곡히 그려져 있고 작가 자신이 승무원 유니폼을 입은 채 
물조리개로 물을 주는 모습이 담긴 표지 그림을 보고 어쩜 이렇게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싶었다.

정말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연령까지 실로 예측 불가한 사람들의 유일한 교집합이 바로 기내다.
이 책을 통해, 단 몇 시간 동안 함께 하지만 다양한 변수들과 마주해야 하는 승무원들의 고충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세상에 쉬운 일이나 만만한 직업은 없다지만 직장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일 자체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아닐까 싶다.

무심코 주고받는 말 한마디와 눈빛 하나에도 상처받을 수 있는 게 사람의 감정이다.
그런데 그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수백 명의 사람들을 한정된 공간에서 늘 밝게 웃으며 서비스해야 하는 승무원 업무는 막중한 부담이 아닐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죽하면 저자가 신입일 때 선배가 "마음은 집에 꼭 숨겨두고 오라, 그래야 사람들에게 상처받지 않는다."라는 조언을 했을까.
이 부분에서 내 마음이 짠해졌다.



개인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건 직업으로 하는 일에 감정이 섞이면 안 된다는 사회적 의식 때문에 저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일터에서 분명 힘들어하며 심지어 삶의 균형을 잃고 방황하기도 한다.

저자가 발리로 비행을 갔을 때 그 곳 숙소에서, 자신이 호텔 직원에게 무례하게 대했던 일을 회상하며 입장의 차이로 자신도 다른 사람들처럼 실수할 수 있음을 고백한다.

저자 역시 그러했던 경험들과 스트레스를 글쓰기로 해소하며 이렇게 책으로 많은 이들과 솔직한 내면을 공유한다는 것은 참으로 용기있는 일이다.

앞으로 비행기 탈 때는 승무원도 나와 똑같은 사람이란 것을, 기계가 아닌 감정의 동물이란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일기처럼 짧게 쓰인 글이라 쉽게 읽히고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마음이 따뜻해지는 에세이다.
다 읽고보니 설명하기 어려운 내 감정의 롤러코스터에서 안전하게 내려 온 기분이다.
문고판처럼 작은 사이즈라 부담 없이 들고 다니며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읽을 수 있다는 점도 맘에 든다.


세상은 하나라고 배웠지만
살아보니 세상은 사람만큼 많았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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